내가 상상하는 AI 네이티브 팀의 하루

조직은 왜 자꾸 AI 네이티브를 외치는가 다음편!

by 셩PM

지난 글에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완전, 통째로.

그러면 바꾼 다음에는 어떻게 일하는 건가. 막연한 이야기만 한 것 같이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구체적으로 내가 상상하는 모습을 그려 본다!


먼저, 없어질 것들을 없애고 가벼운 구조를 만든다.

기준은 간단하다.

시간으로 해결되는 일은 다 자동화된다. 같은 생각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던 것들은 없어질 업무가 확실하다. 이건 특정 직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부 해당된다.


대시보드 열어서 숫자 뽑는 일. 주간 리포트 쓰는 일.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 반복하는 일. 스펙 문서 초안 잡는 일. 로그 훑어보는 일. 데이터 정리하는 일. 소재 리사이징하는 일. 성과 리포트 포맷 맞추는 일.

반복이면 없앤다. 예외 없다.


여기서 중요한 태도

이 리스트를 보고 그래도 내가(사람이) 직접 해야 뉘앙스가 살지 같은 생각이 든다면, 솔직하게 점검해야 한다. 정말 뉘앙스 때문인가. 아니면 이 업무가 사라지면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인가.

자동화될 업무를 지키고 있는 건 전문성이 아니라 관성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뭐가 어떻게 되고 있다를 주장하기보다, 이 다음에 나는 뭘 더 해야 하는지를 빨리 생각해야 한다. 이걸 자동화시킨 사람이 되어야 하나?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야 하나?

그 질문을 먼저 던지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그 다음, 직군별로 남는 것들

반복을 다 없애 버리면, 각 직군에 남는 일의 본질이 보인다.


PM

데이터 뽑는 건 자동화된다. 데이터 분석도 시키면 된다.

남는 건, 그 숫자가 왜 이런지 해석하는 일이다. 지표가 떨어졌다. 이게 계절성인지, 최근 업데이트 때문인지, 추천 품질이 떨어진 건지. 맥락을 읽고 가설을 세우는 건 자동화되지 않는다. 하지만 AI와 함께라면 같은 시간 더 밀도 높은 고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방향을 잡고,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할 구조를 설계하는 것. 이건 조직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다.

추가로, 본인이 생각한 것을 직접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서 검증까지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이거 만들어 주세요가 아니라, 이렇게 만들어 봤는데 이렇게 하는게 맞는 것 같다. 라고 정확한 싱크를 맞출 수 있다.


개발자

AI가 코드를 짜준다. 누구든 만든다. PM도 만든다. 디자이너도 만든다. 마케터도 만든다.

그러면 개발자의 일은 뭔가.

사람들이 만든 기능들이 재정렬되게 하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빠르게 만들어진 것들, 프로토타입, 실험, 급하게 붙인 기능들. 이것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게, 전체 구조 안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게 만드는 것. 코드 퀄리티를 잡고,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스케일이 가능한 구조로 다지는 것.

만드는 건 누구나 한다. 그걸 견고하게 만드는 게 개발자의 미션이 된다.


디자이너

마찬가지다. 이제 누구든 UI를 만든다. 피그마 없이도 화면이 나온다.

그러면 디자이너의 일은 뭔가.

사람들이 만든 기능들이 서비스의 톤 & 매너에 맞춰서 정렬되고, 일관되게 노출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빠르게 만들어진 화면들이 브랜드와 어긋나지 않게, 유저 경험이 파편화되지 않게, 전체 서비스가 하나의 톤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 기준 디자인 시스템, 원칙,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지키는 것. 개별 화면을 예쁘게 만드는 일에서, 서비스 전체의 경험을 통제하는 일이 될 것이다.


마케터

기존에 마케터가 시간을 많이 쓰던 것들 데이터 보고, 리포트 정리하고, 성과 분석하고. 이건 단축된다. 시키면 된다. 그런데 진짜 달라지는 건 그게 아니다. 손발이 생긴다.

기존에 마케터가 이거 해보고 싶은데 하면 개발팀 지원이 없어서 못 했다. 랜딩 페이지 하나 바꾸려면 티켓 올리고 기다리고, AB 테스트 하나 돌리려면 개발 일정 잡아야 했다. 생각은 있는데 실행이 막혀 있었다.


이제 툴을 활용해서 직접 한다. 랜딩 페이지를 직접 만든다. 퍼널을 직접 설계하고 테스트한다. 광고 소재를 실시간으로 바꾸면서 데이터를 본다. 배움의 시간은 말도 안되게 줄어들것이다.

마케터의 코어 목적은 바뀌지 않는다. 만들어진 것들이 돈을 벌게 만드는 것. 그 방식 안에서 시간을 잡아먹던 반복을 없애고, 실제 액션을 직접 실행하는 것. 그게 달라지는 점이다.


이미 시장이 보여주고 있다

요즘 채용 요청(개인적으로 요청이 온다)을 보면 패턴이 보인다.

마케터와 디자이너를 많이 찾으신다. 조건부가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것들을 개발 단까지 끌어 올려서, 기능을 동작시켜 줄 수 있는 마케터. 혹은 디자이너.

개발자를 찾는데 역시 조건부가 있다. 화면 단까지 다 그릴 수 있는 개발자. UX도 할 수 있어야 된다.

시장이 원하는 사람의 모양이 바뀌고 있다.


하나의 직무를 하나의 임팩트로 끝내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이 전체 임팩트로 바꿔 나갈 수 있는 사람. 생각에서 설계, 구현, 검증까지 한 사이클을 혼자 돌릴 수 있는 사람.

기존에는 손발이 묶여서 뭘 못 했던 사람들, 아이디어는 있는데 개발팀 일정 기다리고, 리소스 기다리고, 결국 실행에 어려움이 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지금 각광받는 세상이 벌써 오고 있다. 손발이 생겨서. 생각만 할 줄 알던 사람이 실행까지 가져갈 수 있게 됐기때문이다.

반대로, 시키는 것만 만드는 사람의 가치는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그래서 교환이 일어나야 한다

한 사람이 전체 임팩트를 낼 수 있게 된다는 건, 역으로 서로의 지식을 교환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개발자는 UX와 비즈니스 감각을 배운다. 디자이너는 구현의 구조를 이해한다. 여기까지는 앞에서 얘기했다.

마케터는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마케터가 가진 것 돈이 어디서 생기는지 보는 눈, 유저가 왜 돈을 쓰는지에 대한 인사이트,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감각. 이걸 본인만 쥐고 있으면 안 된다.

개발자와 디자이너에게 주입시켜야 한다.

그 사람들이 기능을 만들 때, 화면을 설계할 때, "이게 왜 돈이 되는지"를 이해하고 만들 수 있게. 원빌더로, 원컴퍼니(One Company)로 나갈 수 있도록.

그래야 조직이 살아남고, 본인도 살아남는다.


개발자는 개발 지식을 나눈다. 디자이너는 UX 감각을 나눈다. 마케터는 돈과 시장을 보는 눈을 나눈다. PM은 방향과 맥락을 나눈다.

각자 가진 걸 열어서 교환하는 팀. 그게 AI 네이티브 팀이 실제로 동작하는 방식이다.

내 영역을 지키면 사라져갈 수 있다. 내 영역을 열면 전체가 산다.


레이어로 상상해 보자

교환이 일어나는 팀이 실제로 어떻게 동작하는지, 하나의 흐름으로 그려본다!

1단계. 누군가가 좋은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다.
누구든 상관없다. PM이든, 마케터든, 디자이너든, 개발자든. 유저와 대화하다가, 데이터를 보다가, 시장을 보다가 이거 해야 된다는 확신이 생긴다. 그러면 그걸 기능으로 정의 내린다.

2단계. 개발 레이어를 거친다.
개발자가 만들어 둔 구조가 있다. 기존 코드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안정성 있게 새로운 것이 붙을 수 있는 구조. 개선이든 신규 기능이든, 이 레이어를 통과하면 안정적으로 릴리즈될 수 있다. 개발자의 역할은 이 레이어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다. 게이트키퍼가 아니라 인프라다.

3단계. 디자인 레이어를 거친다.
디자이너가 만들어 둔 컴포넌트가 있다. 서비스의 톤 & 매너, UX 라이팅 가이드가 있다. 기능이 이 레이어를 거치면, 기존 서비스와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착지한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이 레이어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다. 매번 새 화면을 그리는 게 아니라, 누가 만들어도 서비스답게 나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4단계. 마케팅 레이어를 거친다.
기능이 나왔다. 마케터가 설계한 구조를 거친다. 이 기능이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어떻게 행동하게 만들고, 어떻게 돈이 되는지. 마케터의 역할은 만들어진 것이 시장에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핵심은 누구든 할 수 있다는 것

누구든 시작할 수 있다. 인사이트를 가진 사람이 기능을 정의하고, 레이어들을 거쳐서 프로덕트가 된다. 기존처럼 PM이 정의하고 → 개발이 만들고 → 디자인이 입히고 → 마케팅이 알리는 순차적 파이프라인이 아니다. 누구든 인사이트가 있으면 시작하고, 각 레이어가 그걸 안정적으로 통과시켜 주는 것이다.


그러면 진짜 중요한 일이 뭔지가 명확해진다.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 우리 서비스가 어디를 향해 나아가는지. 어떤 전략을 세워야 되고, 지금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이걸 이해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기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직군은 상관없다. 연차도 상관없다. 직군도 상관없다. 이해하고, 정의하고, 레이어를 통과시킬 수 있으면 된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AI 네이티브 조직의 모습이다.


하루를 그려보자

아침. 자동 리포트가 와 있다. 어제 지표 변화, 이상치 요약. 3분이면 상황 파악이 끝난다.

오전. 어제 돌린 실험 결과를 본다. 가설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판단한다. 새 가설을 세운다. 바로 다음 실험을 설계하고, 직접 실행한다.

점심 전. 유저와 대화한다. AI가 정리한 지난 대화 요약을 훑고 들어간다. 대화 자체에 집중한다. 끝나면 이 사람이 진짜 원했던 건 이거다라는 한 줄 해석만 남긴다.

오후. 각자가 만든 것들을 정렬한다. 개발자는 구조를 잡고, 디자이너는 톤을 맞추고, 마케터는 유저에게 닿게 만든다. PM은 다음 방향을 판단한다.

저녁. 오늘 만든 것, 판단한 것, 다음에 할 것을 공유하고 팀이 다운로드 할 수 있는 구조로 옮겨간다.

이 하루에서 반복 업무는 없다.


결론

사고하는 일. 판단하는 일. 맥락을 읽는 일. 직접 실행하는 일. 그 일들에 하루를 전부 쓸 수 있게 되는 것.

그게 AI 네이티브 팀의 하루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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