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게 강해지는 내 친구 이야기

오늘의 대화 기록

by 셩PM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정말 인생의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친구가 전세사기를 당했다. 연락이 와서 무슨 일인지 물었더니 첫마디가 이랬다. 순간 멈칫했다. 지금 진행 중인 일이다. 감정이 격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근데 이 사람은 지금 배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쁜 일이 나쁘지만은 않더라

친구는 자기 상황을 제삼자처럼 설명했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법적으로 어디까지 진행됐고, 어떤 선택지가 남아있는지. 감정이 아니라 팩트를 이야기했다.


나쁜 일이 나쁘지만은 않아. 길게 봤을 때 다 도움이 돼.

이번 일을 통해서 무엇을 배웠는지. 다음에 같은 일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됐는지. 이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보통은 끝나고 돌아보면서 의미를 찾는다. 이 친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미 돌아보고 있었다.


날카롭지 않은 단단한 강함

이 친구를 안 지 꽤 오래됐다. 그런데도 낯설었다. 이렇게까지 담담하고, 낙관적이고, 그러면서도 강한 태도는 처음 봤다.

강하다는 표현이 날카롭게 들릴 수 있다. 이를 악물고 버텨내는 느낌이랄까. 근데 이 친구의 강함은 그런 종류가 아니었다. 날카롭게 강해진 게 아니라 단단하게 강해지고 있었다. 조용하게 강해지고 있었다. 상황을 흡수하고 받아들이고, 그걸 성장의 트리거로 쓸 줄 아는 사람. 남을 상처 주지 않으면서 본인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그게 좋은 어른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솔직히 같은 상황이 나한테 있었다면 이렇게 못 했을 거 같다.

감정이 격해지고, 다른 생활에도 영향을 많이 미쳤을 거다. 루틴이 깨지고, 호흡이 흐트러지고, 한동안 아무것도 손에 안 잡혔을 거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차분해지려고 인위적으로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쪽이다.


근데 이 친구는 그러지 않았다. 일상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그 안에서 배울 것을 찾고 있었다. 참 어른이다. 그 단어가 계속 맴돌았다.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똑같은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그 태도가 어른과 아닌 사람을 가르는 거 같다.


오늘의 대화를 기록한다

이런 사람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감각이 있다. 이런 사람이 내 곁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고 싶다. 좋게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 친구라고 느껴진다. 오늘은 그냥 , 좋은 대화를 기록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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