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글 100개를 쓰니 생긴 일

101번째 글을 씁니다.

by 셩PM

첫 글은 무서웠다

첫 글을 발행하기까지 버튼 앞에서 멈춰 있었다. 누가 읽을까. 읽으면 어떡하지. 제대로 쓴 건가? 아닌가? 누구한테 보여주기에 창피한가? 등등 근데 아무 일도 없었다.


두 번째 글은 좀 나았다. 세 번째부턴 머릿속에 있는 걸 꺼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생각만 하고 말하지 않았던 것들. 정리되지 않은 채로 쌓여 있던 것들. 일단 꺼냈다.

꺼내고 쓰다 보니 너무 재밌었다. 내 머릿속에 있었지만 나도 잊었던 것들, 내가 살아온 과정, 생각하는 방식 그리고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이 눈앞에 보였고, 그동안의 내가 참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대견하기도 안쓰럽기도 했다.


그러다 글을 쓰는 게 습관이 됐다. 출퇴근길에 음성 메모로 쓰는 스킬이 생겼다. 걸으면서 중얼거리고, 그걸 텍스트로 바꾸고, 짬 내서 다듬었다. 평소에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는 습관도 생겼다.


보는 눈이 달라졌다

글을 계속 쓰다 보니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평소에 그냥 지나가던 것들이 더 예민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생각의 흐름이 보였고, 상황에서의 판단이 보였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가 보였다. 글로 정리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날카로워진 거다.


그리고 하나 더 생긴 게 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머릿속이 책장처럼 정리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면접 같은 커피챗을 한 적이 있었다. 상대방이 이렇게 말했다. 준비하지 않으셨을 텐데 머릿속 정리가 되어 있으시네요. 글을 평소에 쓰면서 정리를 많이 한 것 같다고 답했다. 실제로 그랬다. 글로 한번 정리한 생각은 말로도 꺼내기 쉬웠다.


생각이 날카로워지니 글이 계속 써졌다. 모든 게 소재였다. (남편은 콘텐츠 괴물이라고 했다) 쓰는 과정에서 생각이 정리되었던 것 같다.


주변이 반응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있었다. 긍정도 있었고, 부정도 있었다.

이 글을 계기로 많은 기회가 생겼다. 브런치가 나의 소개가 됐다. "브런치 보고 연락드려요." "브런치 이거 봤어요~" 하면서 대화가 시작됐다. 글이 명함이 되고, 대화의 물꼬를 터줬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받았다고 말해주셨다. 타 플랫폼에 퍼가도 되냐는 요청도 받았다.

재미있는 놀림거리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때로는 요청하지 않은 판단, 평가가 돌아오기도 했다.

브런치 작가 신청 버튼이 생겼다. 총 2,000원 후원도 받았다. 진짜 내가 했던 경험이 맞는지 의심도 받았다. 반응이 생겼구나.로 바라보며 나는 내 갈길을 갔다.


100개를 채워보고 싶었다

쓰다 보니 100개를 채워보고 싶어졌다. 명확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해보고 싶었다. 저스틴 비버도 콘텐츠를 미친 듯이 생산했다고 하더라.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반응하고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게 아닐까? 적당히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는 해야 뭔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뭔가를 했다의 기준이 어느 정도 일까?라고 생각하다 1차 목표 100개라는 숫자를 채워보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순례길처럼

100개를 써보니 생각보다 별게 없었다. 순례길처럼, 걸어보기 전에는 대단해 보이지만 그냥 한 걸음씩이다. 도착하고 나면 텅 빈 공허함 같은 감정이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과정에서 다 채워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00개의 글이 남긴 건 이거다.

1. 나만의 소재가 생겼고

2. 나만의 문체가 생겼고

3. 나만의 키워드가 생겼다

결국 100개의 글로 내가 가진 건 선명한 나라는 사람의 형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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