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잘 가고 있는가

빠른 판단을 믿는 사람의 회고

by 셩PM

빠르게 판단하고 싶은 심리가 있다. 이전의 경험들이 피어나오는 거다. 좋은 결과를 맞이했던 경험들이 내 안에 다 기록되어 있다. 예전에는 이렇게 해야 되나 저렇게 해야 되나 판단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는 그냥 몸에 체득됐다. 차가 다가오면 피하듯이, 생각보다 감각에 가깝다. 그게 좋은 건지는 글쎄, 아닐 수도 있다. 근데 체득된 뭔가가 있긴 하다.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일단 빠르게 구멍을 메꾸고, 그 사이에 살펴본다. 기본적으로 방어 정책이 잘 깔려 있어야 하고, 그 위에서 빠르게 해결하는 거다.


빨리 판단하면 빠르게 결과까지 얻을 수 있다. 맞았으면 맞았구나, 레슨런의 속도가 붙는다. 틀렸으면 “아 이거 아닌데”를 감지하는 것도 빠르다. 근데 이게 너무 패턴화되면 깊은 걸 놓칠 때가 있다. 라이트한 판단과 깊은 판단이 있는데, 빠른 게 습관이 되면 그 구분이 흐려진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제로투원이라서, 모든 데이터를 정확하게 다 보면 좋겠지만 실행이 더 빠를 때가 있다.

수박을 깎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껍질이 두꺼우니까 크게 탕탕 쳐야 한다. 살살 조금씩 깎으려 하거나 한 번에 속살까지 가려고 하면 오히려 손을 벤다. 크게 한 번 치면 초록색이 벗겨지고, 또 치면 연두색이 나오고, 그다음에 빨간 속살이 보인다.


좀 더 와닿게 말하면 사포질이다. 거친 사포로 먼저 확 문질러야 페인트가 벗겨진다. 그래야 그 밑에 뭐가 있는지 보인다. 처음부터 고운 사포로 정밀하게 가면 하루 종일 해도 표면이 안 벗겨진다. 일단 거칠게라도 한 번 밀어야 다음이 보인다.


표면적인 것만 보고 큰 액션을 쳐도 된다. 성공의 이유를 정확히 모를 수도 있다. 방향은 맞는데 성격이 살짝 다른 게 같이 배포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우리의 목적은 성공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성공을 하는 거니까.


근데 이전에는 규모가 있는 프로덕트를 하다 보니까 그래도 이것 저것 고려하는 훈련이 조금은 됐는데, 이렇게 공격적인 액션이 고착화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좀 있었다. 근데 생각해보면 다르게 하는 일의 방식은 아닌것 같았다.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는 중이라 고민을 하고 불안감을 가졌던 것 같다. 그리고 일하는 방식에는 정답이 있다 라는 편견 에서 어쩌면 시작 되었을 지도.


새 판에서 리셋될 때 결국 꺼내 쓸 수 있는 건 프레임워크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누군가에게 의지해서 해결하는 버릇을 들이고 싶지 않다. 그 사람이 항상 옆에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들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결국 해내야 하는 건 나니까.


그때 믿는 건 내가 여지껏 해왔던 경험들이다. 소소한 매일의 성공 오늘도 운동을 갔다 왔다는 거. 중간 정도의 성공 경험. 짜릿했던 큰 성공 경험. 그런 것들이 쌓여서 다시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게 된다. 가장 어려운 게 실행이기 때문에, 연구하고 고민하는 건 누구나 하는데, 실행까지 해본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거기까지 해봤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의 판단 패턴을 지금 상황에서의 내가 내린 결론이고, 성공을 위해 가는 방법이라고 믿기로 했다. 상황이 달라지고 조건이 변경되면 또 올바른 성공을 위한 길을 가기 위한 방식을 찾아낼거라는 믿음으로 어찌되었던 난 해낼 수 있겠지! 라는 강한 믿음을 가져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냥 막 갔더니 성공했다가 아니라, 성공을 향해 가고 있구나, 제대로 하고 있구나라는 인지력을 키우는 단계다. 그래서 계속 의심도 하고 회고도 습관적으로 한다. 남편이 나한테 “깨달음 그만”이라고 한다. 근데 계속 리플레이를 머릿속에서 돌린다. 뭐가 되고 뭐가 안 되는지 인지하면서 가려고. 그래야 나의 다양한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빠른 판단이냐 깊은 판단이냐를 고민했는데, 빠름과 깊음에서의 정답이 아닌 현 상황에서의 적절한 판단이 필요했던 것 같다. 결국 정답이 없는 길을 가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건 믿음. 그리고 작은 성공경험들. 그 생각의 과정을 계속 밟으며 유연성을 가지는 것. 그래서 적절한 판단과 행동을 일치시킬 준비를 항상 해놓는 것, 순간의 판단에 깊고 넓은을 가지기 위해서는 결국 고민을 멈추지 않는 것 자체가 성공을 위한 판단이 시작 되는 지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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