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네이티브 팀 만들기 4편 : 기존 방식을 내려놓자

손에 쥔 걸 놓아야, 새 무기를 집을 수 있다

by 셩PM

"하고 보여줘"

초기 서비스에서 말도 안 되는 성장을 만들어낸 분들, 업계에서 손꼽히는 서비스를 경험해보신 분들한테 공통적으로 들었던 말이 있다.

내가 맞다고 확신하는데, 내 논리로 봤을 때 기존 방식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라고 판단되면 하고 보여줘.

사실 이게 조직에서는 썩 좋지 않은 애티튜드처럼 보일 수 있다. 근데 재밌는 건, 그 말을 하신 분들이 결국 증명을 해내시더라는 거다. 될 때까지 해낸 부분도 물론 있겠지만, 결국 증명하고 다시 리딩 포지션에 앉아 있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그게 조직에 더 큰 임팩트가 되었기 때문이다. 매번 감명 깊은 순간이었다.


주말에 전화를 걸었다

최근 이직하면서, 그 전 경험에서도, 나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다. 내 생각은 이게 맞는데, 받아들여지는 시간이 답답하고 아깝고. 이 고민을 전 직장 대표님한테 털어놓은 적이 있다. 주말이었는데, 갑자기 시간 되시냐고 전화해서 상담을 요청했다. 심지어 다른 직장으로 이직한 전 직장 직원의 이직 고민을 들어주시는 상황,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웃기고, 또 얼마나 좋은 분이셨나 싶다.

그분도 똑같이 말했다.

일단 해봐. 한 달, 두 달, 세 달만 시간을 달라고 해. 내가 이거 해서 보여준다고.

업적을 세우신 분들한테 이 얘기를 한두 번 들은 게 아니다. 결국 보여주는 것밖에 방법이 없고, 그래야 본인도 해낸다는 거다. 그리고 해보기 전까지는 본인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확신은 이곳에 있었다.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큰 의지X, 더 큰 결심이 필요하다.

지금 나는 AI로 정말 많은 걸 전환하고 싶어 한다. 지금 없는 팀원 구성을 AI로 메꾸고 있고, 자동화할 수 있는 건 다 자동화시키고, 나는 결정만 하는 시스템을 진짜 구체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성장한 폭, 새로 알게 된 지식들, 사고가 확장된 범위, 정보를 흡수하면서 판단하는 능력 내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수직상승해본 건 처음이다. 하루하루가 너무 재밌다. 그런데도 관성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렵다. 시간을 맞춰서 아웃풋을 보여줘야하는 업무의 상황에서는 솔직히 더 선택하기가 어렵다.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보여지는 선택을 하는게 더 좋은 비즈니스 애티튜드 같으니까.


손에 뭘 쥐고 있으니까, 새 무기를 못 집는다

전환을 하려고 할 때, 기존 시스템이 있으면 오히려 더 어렵다.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AI로 굴리려고 하면, 기존 방식이 더 느릴지언정 손에 익숙하고, 심리적 부담이 없고, 업무의 가시성이 보인다. 그러니까 이게 박살이 안 난다. 박살이 안 나니까 AI로 대체가 더 안 된다.


못 하는 게 아니다. 내가 볼 때는, 손에 있는 무기를 다 잃어버리면 새 무기를 오히려 빨리 집을 수 있는데, 손에 뭘 쥐고 있으니까 못 집는 거다.

모든 일을 그냥 AI로 해야 한다. 기존 방식으로는 절대 안 된다.


이럴 경우엔 어떻게 되냐면, 새로운 판에서 새로 짜는 게 오히려 더 쉽다. 구조가 없는 것도 그렇고, 개발 단에 대한 부분도 당연히 그렇지만, 사람들이 사고하는 방식도 그런 것 같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뭐지, 가장 이상적인 게 뭐지라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워진다. 기존에 뭐가 굴러가고 있으면 이게 진짜 가장 어렵다. 뭔가를 포기하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제로가 가장 큰 무기다

근데 실질적으로, 시스템을 바꾸는 과정에서 효율성이 안 나는 구간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때 잃을 게 많은 조직과 잃을 게 없는 조직이라는 게 갈린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이걸 정말 잘 파악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지금 제로에서 새로 뭘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솔직히 말해서 잃을 게 너무 적다. 이게 가장 큰 무기다. 큰 조직이나 복잡한 조직들이 제로를 무서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거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 중 하나도 잃을 게 없는 사람이다.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의 기세는 다르다. 함부로 건드려서도 안 된다.


지금 가지고 있는 숫자가 커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저 큰 숫자에 비교했을때 지금의 상태가 어디에 있는지 보라는 것이다. 큰 꿈을 꾸겠다라는 목표를 세우지만 현실에서 시선을 집중하면 이건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없게 된다.


이건 시간 싸움이다

하루라도 빠르게 이 판에서 정답을 만들어내고 증명하는 사람의 시장 가치는, 완전히 다른 레벨이 된다. 나는 앞서나가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전환해야만 한다. 선택권이 없다.


방법은 하나다. 기존에 있는 걸 버리고, 할 수 있는 방법부터 생각하고, 해보고, 거기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떡하지는 아까운 시간이다.

일단, 일을 벌린다. 그리고 그것이 되게 만든다. 물론 벌리는 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은 필수. 맞다라는 확신이 있으면 소프트 한 방법이 아니여도 어쩔 수 없다. 밀어 붙여야한다.


컨트롤할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다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지금 내가 직접 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방식을 택하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일하자고 설득할 때, 다른 사람을 푸시하고 가이드를 주면서 움직이게 하는 것보다 내가 하는 게 제일 빠르고, 내가 보여주는 게 제일 빠르기 때문이다. 컨트롤하기 제일 쉬운 사람은, 인생에서 나 자신밖에 없으니까.


PR이 뭔지도 모르고, 개발자들이 그냥 알아서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이제는 직접 브랜치 생성해서 작업하고, 워크플로에 맞게 PR 올리고, 피드백 받은 수정 내용들 다시 반영해서 또 PR 올리고, 배포까지 하고 있다. 내 자신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발판삼아 진짜 많은 걸 배우고, 할 수 있게 되고,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 덕분에 생긴 자신감으로 본 서비스 프로젝트도 해볼 수 있게 됐다. 여기까지 오는 데 온전히 몰입한 시간이 세 달이다. 개발을 어느 정도 배워본 주니어 개발자 수준의 사고는 생겼다고 생각한다.

근데 기존 방식으로 이 정도 영향력을 가지려면 내 생각엔 최소 6개월, 비즈니스 사이드까지 포함하면 1년은 온전히 몰입해야 나오는 결과 아니었을까. 세 달 만에 여기까지 왔다. 개발에 대한 사고도 생겼지만, 다른 방면에 대한 사고의 방향도 정말 많이 생겼다.


앞으로의 세 달은 더 가파른 성장일 거다. 2배, 3배 같은 지표 성장이 아니라, 그냥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내 자신한테 올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결국 내 뒤에 있는 나의 빽은 나 자신의 경험으로 만들어낸 과거의 나 자신이다.


이번 주말엔 더 공격적인 액션을 해볼 예정이다.

나는 이번 주말, 그동안 다른 개발 리소스나 우선순위 때문에 밀어놨던 일들을 제대로 손대볼 예정이다.

주로 방어 액션들인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도메인의 특성상 방어 액션이 상승 액션에 다른 서비스보다 훨씬 크게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업사이드를 만들려고 밀어놨던 작업들이, 오히려 더 큰 업사이드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그동안 리소스 문제 때문에 못 했던 것들, 하나씩 다 해보려고 작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 주말에 실험해봐야 평일 정상 업무 시간에 도입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주말 내내 내 질문 때문에 귀찮아질 팀원들한테는 미리 사과를 보내본다.


서비스 영향도 없는 백오피스 시스템에서 하나씩 작업하고 있었는데 유저 화면단에서 내가 작게 할 수 있는 일도 찾아보고 있다. 처음은 실수가 있겠지만 이전 경험을 해봤을때 나의 의지와 팀의 의지가 합쳐진다면 시스템 정착까지 길게 이주를 본다.


이 과정에 대한 확신이 있다. 지금 이 공격적인 시도들이 더 큰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이라는 것. 그게 지금 이 타이밍 해야하는 일이라는 것.


그래서 우리는 더 즐겁게 몰입하고 많은 시도를 해야한다.

AI로 다양한 블로커들이 사라지는 세상인 것 같다. 이러니까 이제 진짜 휠을 돌리고 상승을 만들어내는 건, 본인이 쓰는 시간뿐이다.

근데 이게 "해야 돼서 하는 영역"과 "재밌어서 하는 영역"은 완전히 다르다.

내가 만들고, 사람들이 쓰고. 그걸 내가 직접 할 수 있으니까. 약간 미친, 도파민 터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세상은 정말로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게 된다. 어짜피 해야하는 업무라면 이왕이면 즐겨보자. 아니면 내가 즐길 수 있는 영역에서 일하는게 더 중요해진 세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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