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공부 중인 PM의 설득 순서
PM은 설득이 일이다.
왜 해야 하는지. 근거가 뭔지. 그게 최선인지. 매일 이런 질문을 받는다. 매번 답을 내야 한다.
솔직히 나도 아직 설득이 제일 어렵다. 깊게 고민하고 연구할 시간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수려한 스킬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직도 공부 중이다. 근데 나름대로 해오면서 정리된 게 있다.
나는 프로덕트 만드는 걸 진심으로 좋아한다. 하루종일 생각한다. 퇴근해도 생각하고, 주말에도 생각한다. 진짜 이게 잘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이전 서비스에서도 똑같다. 진심으로 서비스가 잘되길 바랐다. 그 마음이 기회를 만들었다. 전체 퍼널 중 가장 앞단, 가장 큰 퍼널을 개선할 기회를 얻었다. 내가 맡은 부분이 아니였다. 설득해서 얻은 기회였다. 그리고 성공시켰다. 앞단이 바뀌니까 전체 서비스 임팩트, 비즈니스 임팩트가 크게 올라갔다.
근데 진정성만으로 된 건 아니었다.
사람을 위한 서비스를 만든다. 그러면 사람이 "오, 이거 좋은데?"라고 느끼는 그 감각이 중요하다. 데이터가 없다고 안 될 거라는 근거도 없다.
다만 감만으로는 설득이 안 된다. 내가 좋다고 느끼는 걸 상대방도 좋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근거가 필요하다. 감으로 방향을 잡고, 근거로 설득하려 노력한다.
이해관계자들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는 알아야 한다. 개발자랑 대화하려면 개발을 알아야 하고, 사업 얘기하려면 도메인을 알아야 한다. 그만큼은 공부해야 한다.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해야 기본 셋팅이 된다.
이게 안 되면 진심이 있어도 말이 안 통한다. 말이 안 통하면 설득은 시작도 못 한다.
이번 서비스에서는 AI공부 열심히한다.
모든 말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가장 강력한 건 숫자다. "전환율이 2.3%에서 4.1%로 올랐습니다." 이러면 반박하기 어렵다. 의견 충돌이 있어도 데이터 앞에서는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숫자를 만들 수 있는 구조를 먼저 세워보자. 측정할 수 없으면 설득하기 어렵다.
숫자가 없으면 유저의 목소리를 쓴다. 초기 서비스는 숫자가 없다. 데이터가 쌓이기 전이다. 나는 유저 리서치를 직접 한다. 직접 듣고, 직접 본다. 거기서 느낀 유저의 목소리는 진짜 강력하다. "이 기능 없으면 못 쓰겠어요." "이거 생겨서 매일 들어와요." 이걸 팀원들한테 그대로 전한다.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유저가 하는 말이다. 유저가 느낀 걸 팀원들이 이입해서 느끼게 만든다. 그러면 설득이 좀 된다.
그것도 없으면 성공 사례를 맵핑한다. 새로운 시도를 제안하면 "그거 되겠어?"라는 반응이 온다. 그러면 이미 된 걸 보여준다. 성공한 서비스들의 패턴을 분석하고, 우리 서비스에 맵핑한다. "A도 이 단계에서 이렇게 했고, B도 같은 구조로 갔다. 우리도 지금 여기다." 상대방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면 그래도 좀 된다.
비즈니스 지표를 단순히 올리는 건 설명이 쉽다. 어려운 건 장기 지표, 유저 경험 같은 정성적인 가치를 설득하는 거다. 주관적이니까.
그래서 내 머릿속에 우리 서비스의 시장 가치, 유저 경험, 코어 밸류를 선명하게 갖고 있어야 한다. 그걸 표현하기 위한 유저 여정, UI/UX 원칙까지 정의한다. 단어 하나하나로 설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소개팅 서비스를 만든다고 하자. 진정성 있는 만남을 주고 싶다. 그러면 계속 새로운 사람을 추천하는 것보다, 한 사람을 집중도 있게 알아가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추천을 off하자고 제안한다. 단기적으로 리텐션이 떨어질 수 있다.
이걸 설득할 때 내가 쓰는 방법은 이입이다. "네가 소개팅 앱을 쓴다고 생각해보세요. 근데 상대방 핸드폰에 나만 연락한 게 아니라, 내가 5명 중 하나라면? 상대방에 대한 진정성에 의심이 되지는 않을까요?" 상대방이 직접 답을 내주면 설득에 방향이 더 쉬워진다. 고맙다.
정성적인 가치를 설득하려면 이렇게까지 정의하고, 이렇게까지 설명해야 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해왔다.
이렇게 반복되다보면 결국 신뢰자산이 쌓인다. 물론 아직도 실수한다. 그래도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다.
숫자로 설득하고, 유저 목소리로 설득하고, 레퍼런스로 설득하고, 경험을 상상하게 만들어 설득하고. 그리고 결과를 내면. 그때부터 나 자신이 근거가 된다. 따로 설명 안 해도 된다. 전에 해냈으니까.
이게 신뢰자산이다. 신뢰자산이 단단하게 쌓일 때 까지 오늘도 노력한다. (하지만 오늘도 실수한다...)
진심으로 고민한다. 감이 생긴다. 대화할 수 있을 만큼 공부한다. 그리고 근거를 만든다.
숫자가 있으면 숫자를 쓴다. 없으면 유저의 목소리를 쓴다. 둘 다 없으면 성공 사례를 맵핑한다. 정성적인 가치는 상대방이 그 경험에 이입하게 만든다.
그걸 반복하면 나 자신이 신뢰자산이 된다. 신뢰가 있으면 그 다음 설득은 더 쉬워진다.
최근에 이직했다. 아직 너무 아쉬운 매일이다. 실수하고 자책하고 또 조금 나아졌다 생각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 또 자책한다. 하지만 배우려는 자세 그리고 회복 탄력성을 통한 멘탈 다잡기로 오늘도 다시 일해본다.
새로운 팀원들에게 새로운 방법들을 또 배우는 중이다. 다른 분들의 설득의 기술은 글로 남기며 다시 배우고 새겨봐야겠다. 참으로 감사한 환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