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데이션처럼 천천히 은은하게 가보자.
나는 디자이너 출신이다. 지금은 PM으로 일한다.
직군 전환 계기는 해커톤이었다. 시장 분석하고, 유저 니즈 파악하고, 프로덕트로 풀고, MVP 만들고, 팀원 설득하고, 원하는 성과로 이어지는 경험을 했다. 재밌었다. 창업 권유도 많이 받았다. 해커톤 심사위원분들, VC분들한테.
그래서 창업을 했다. 작은 회사의 대표가 됐다. 미니 CEO처럼 일했다. 이 과정에서 PM/PO 역할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시장 분석, 유저 리서치, 프로덕트 기획, 팀원 설득. 이걸 현업에서 주도적으로 해본 경험이 직군 전환에 도움이 됐다. 근데 내 케이스는 특수하다.
컨설팅하면서 직군 전환하려는 분들 많이 본다.
아쉬운 케이스가 있다. 주변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 이직처럼 준비하는 분들이 더러 있다. 이 나이에 지금 못 바꾸면 평생 못 바꾼다고.
갑자기 업계도 직군도 바꾸려는 분들이 계신다. 저연차면 생각보다 유연할 수 있다. 근데 연차가 높으면 이것도 쉽지 않다.
나는 나보다 훨씬 높은 연차에 다양한 직군 경험을 하신 분들을 본다. 근데 갑자기 다른 업계에서 다른 업계로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그라데이션처럼 차츰차츰 조금씩 원하시는 직군으로 오신다.
마케터 → 그로스 → PM. 데이터 → PM → 마케팅 → PM. 이런 식이다.
공통점이 있다. 이해관계를 쌓아가며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그러다 기회가 오면 잡는다. 내부 TO가 생기면 들어간다. 기회를 기다린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확실히 입지를 다진다.
회사 내부에서 전환하는 걸 가장 추천한다. 신뢰자산이 있어야 한다.
처음 보는 애가 처음 하는 일을 우리 회사에서 하겠다고 한다. 시켜줄 사람이 있을까. 쉽지 않다.
근데 내부에서 같이 일해본 사람이 새로운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이미 신뢰가 있다. 기회를 줄 수 있다.
회사에서 정말 안 되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맞다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해보자.
퇴사했거나 회사 내부에서 하기 어렵다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봐라. 회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신 아마추어 느낌 낭낭하게 하면 안 된다. 진짜 내 사업처럼 프로처럼 해라. 그러면 그 어떤 이력도 이길 수 있다. 실제로 사이드 프로젝트 경험으로 입사하신 분들 더러 봤다.
우리 인생 120년 140년 살아야 한다고 한다. 노동을 얼마나 오래 해야 할지 생각해봐라. 하나의 직업으로 평생 먹고 살겠는가.
급하게 생각하지 마라. 그라데이션처럼 가면 된다. 은은하게. 업계부터 맞춰보고, 그다음에 직군을 차츰차츰 옮겨가는 것도 방법이다.
다른 직군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도전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나의 적성을 찾게 해줄 수도 있다. 다시 이전 직군으로 돌아오는 것은 이전 전환보다 쉽고, 새로운 직군에 대한 도전이 또 새로운 기회를 주기도 한다.
나도 그랬다. 예전에 유저리서치 직군에 합격했는데 안 갔다. 최근에 유저리서치를 직접 하면서 유저를 만나는데, 생각보다 적성에 맞더라. 그때 그 직군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유저의 보이스를 잘 읽는 PM 혹은 다른 직군으로의 길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는 않았을까?
인생길게 보자. 그리고 차근차근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