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친절을 베풀 수 있는 이유
최근에 링크드인으로 메시지를 받았다. 어떤 회사 대표님과 새벽에 급 커피챗을 하게 됐다. 이야기를 들었다. 솔직히 내가 도움이 됐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듣고 의견을 드렸다.
그분이 물었다. 왜 이렇게 친절을 베푸냐고.
생각해봤다. 나는 너무 많은 친절을 받고 살았다.
나는 예전에 진짜 거지같이 여행을 많이 다녔다. 회사 다니고, 돈 벌고, 여행 가고. 그걸 반복했다. 비행기는 항상 제일 싼 거. 중국 경유, 공항 바닥에서 자고. 돈이 없으니까 숙소비가 제일 아까웠다.
파리에서 한 친구 집에 일주일 넘게 있었다. 그 친구는 고양이가 집에 있는데 직장을 오래 다녀서 고양이가 심심할 것 같다고 했다. 본인도 여행을 좋아해서 카우치서핑 호스트를 하고 있었다. 나는 비싼 파리 숙소비를 아끼면서, 한국 음식을 해주고, 한국 문화를 나누면서 지냈다.
처음 도착했을 때 옆집 벨을 잘못 눌렀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오셨다. 예쁜 주택가였다. 호스트 친구가 데리러 왔고, 그 계기로 옆집이랑 친해졌다. 옆집 사람들이 나를 초대해줬다. 내 친구도 초대해줬다. 바도 같이 먹었다.
두 번째로 파리에 갔을 때도 그 친구가 또 오라고 했다. 또 일주일 넘게 있었다. 고마운 경험이다.
디즈니랜드에 갔을 때는 어떤 가족이 나를 도와줬다. 그 가족에게 풀패스권이 있었는데 가족 중 한 분이 놀이기구를 못 타셨다. 그래서 그 패스를 계속 나한테 쓰게 해줬다.
하루 종일 그 가족이랑 놀았다. 디즈니랜드에 있는 모든 걸 탔다. 탄 것도 또 타고, 또 타고.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혼자 여행하는 동양인 여자 아이를 본인 가족들이 싸온 음식을 내주고 물건을 나눠주고 같이 즐길 수 있는 호의를 아무 이유없이 배출어주셨다.
그 가족과는 한참 뒤에도 연락하고 지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도 그랬다. 준비물을 너무 안 챙겨간 나한테 누군가는 스틱을 줬고, 누군가는 발가락 양말까지 줬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 부족한 걸 채워줬다.
친구들이 그런다. 나의 모든 운은 여행하면서 다 쓰는 것 같다고.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왜 이렇게 남들의 도움을 받는 걸까. 그 사람들은 왜 이유 없는 선의를 나에게 베푸는 걸까.
예전에는 왜 세상이 나한테 친절하지 않지, 라고 생각했다. 정말 나 열심히 사는데, 왜 안알아주는거야?
그러다 내가 친절하겠다, 라고 생각을 바꿨다. 그랬더니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아지더라. 상황을 바꾸기 보다 내 시선을 바꾸니 좀 더 맘이 편해졌다. 그리고 전보다 잦은 만족감을 느끼게 되었다.
지금은 같이 일하는 팀원들도, 동료들도, 가족도, 주변 사람들도 너무 감사하다. 서로 많이 친절을 베풀며 살고 있다.
나는 아이가 있다.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좀 더 나았으면 좋겠다. 더 좋았으면 좋겠다.
근데 그 세상은 사람들이 만드는 거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좋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조금 더 행복하고, 좀 더 여유롭고, 서로 돕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잘 해야 되는 거 같다.
내가 더 열심히 사는 게, 내가 사람들에게 친절할 수 있는 이유인 거 같다. 내가 뭔가 여유가 있어야, 긍정적이든 정신적이든 능력적이든, 돌릴 수 있는 게 생긴다. 그게 없으면 질투하고 시기하게 된다.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 친절을 베풀겠다는 마음까지 오지 않더라.
이유 없는 친절을 베풀 수 있기를. 그럴 수 있는 내가 계속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