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한테 "내 저주가 뭐야?" 물어봤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법

by 셩PM

하고 싶은 게 많다. 원래 욕심이 많다. 에너지도 많은 편이었다. 요즘은 육아하면서 예전 같지 않지만.

다 하고 싶고, 다 잘하고 싶다. 남들한테 지기 싫고, 승부욕도 강하다. 그래서 뭔가 기회가 보이면 일단 손을 뻗는다.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그러다 보니 손에 들고 있는 게 점점 많아졌다.


그때 내 상황

PM으로 일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내가 쓰고 싶은 프로덕트도 AI로 만들어보고, 이 모든걸 더 잘하게 만들어줄거라는 이유에 파이썬 공부도 하고 있었다. 여기에 사이드 프로젝트 마케팅, 셀프 브랜딩을 위한 콘텐츠 생산, 사업계획서 발표 준비까지 병행하고 있다.

출근 전, 퇴근 후 육아도 해야 한다.

다 중요해 보였다. 뭐 하나 놓기 싫었다.


내 저주가 뭐야?

근데 문득 불안해졌다. 이렇게 다 하려다가 아무것도 못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AI한테 물어봤다. "내 저주(curse)가 뭐야?"

답이 왔다.

"동시에 너무 많은 걸 벌리는 것."

왜 문제인지 3천자로 설명해달라고 했다. Claude가 이렇게 말했다.

자원은 유한하다. 시간, 에너지, 인지적 대역폭. 모두 제로섬이다. 하루는 24시간이고 인간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다.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건 각 프로젝트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분산된다는 뜻이다.
임계점을 넘기 위해서는 집중적인 에너지 투입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 그 시기를 놓치면 프로젝트는 서서히 동력을 잃는다.
80%의 에너지를 쏟는다고 해도, 나머지 20%가 본업에 가 있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필요한 여분의 에너지가 없을 수 있다.

읽으면서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나한테 하는 말 같았다.


인생도 똑같다

PM으로 일하면서 제일 중요한 게 우선순위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리소스는 한정적이다. 이 리소스를 투입해서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지 계산하고, 그걸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그걸 위해 데이터 분석도 하고, 팀원들과 소통도 하고, 이해관계자 설득도 하는 거겠지.

근데 인생도 똑같다는 걸 왜 몰랐을까.

우리의 시간은 24시간. 모두에게 공평하다.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들, 특히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자기계발에 진심이신 것 같았다. 나처럼 욕심 많고, 다 잘하고 싶은 분들. 그런 사람일수록 내 인생에서의 리소스 우선순위 조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리했다


PM + 사이드 프로젝트 + 육아. 이것만 한다.

사이드 프로젝트도 쓸데없이 지원사업 찾아보거나, 아직 받지도 못할 투자사에 자료 쓰는 데 시간 안 쓴다. 유저 경험에 집중하고, 서비스 완성도 높이는 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약속도 안 잡는다. 공부하거나 사이드 프로젝트 모임 아니면 진짜 안 가려고 한다. 회식이 있어도 밥만 먹고 빠르게 빠진다. 지금은 일을 위해 잠시 다른 것들을 내려두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5시-5시 반에 퇴근하고, 6시 안에는 집에 오려고 한다. 감사하게 남편이 어린이집 등하원을 해준다. 8시까지 아기 잠들기 전까지는 급한 일 아니면 노트북 보지 않는다. 이때는 가정에 충실하자 타임.

아기랑 놀고 밥 먹이고 씻기고 하면 진짜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남편이 아기 재우는걸 대신 해줘도 힘든건 마찬가지이다. 8시부터 바로 집중이 안 되는 날도 있다. 그래도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 빡세게 달린다. 다음 날 재택근무가 가능하면 새벽 2시까지 디깅하는 날도 있다.


근데 아프거나 오늘은 쉬어야겠다 싶으면 가감 없이 노트북 닫는다. 쉬는 날 일주일에 퇴근하고 아무것도 안하는 1-2번은 보장한다.

그리고 주말에 스터디, 수업 등이 필요하다면 이후에는 아기가 잘때까지는 뭘 하지 않기로 하자. 가족과 보내는 시간 또한 중요하다. 모든 기준은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욕심인가, 집중해야 할 일인가? 기준으로 결정한다.


체력이 제일 중요하다

이걸 다 하려면 체력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아프면 아무것도 못한다.

매일 조금씩이더라도 꾸준히 운동하자. 매일이 아니더라도 기죽지 말고 그다음 날은 꼭 시도하자. 운동 가기 전에 생각하지 말고 몸을 먼저 움직이자. 생각하다 보면 결국 가기 귀찮다 → 수많은 이유 → 안 가게 됨.


감사함을 잊지 말자

그리고 이 모든 게 가능한 건 남편 덕분이다.

등하원 해주고, 아기한테 무슨 일 있으면 달려가서 해결해주고. 육아왕 남편이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있다. 이 감사함은 잊으면 안 된다. 고맙다고 말하는 것을 잊지 말자.


0순위

뭔가를 더 하는 게 아니라 덜 하는 게 우선순위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 0순위는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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