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6
‘나’라는 단어의 미시감.
온전한 나로 존재한 적이 언제였을까.
내가 나였던 적이 언제였을까.
나라는 단어가 나의 일부가 아니라는 느낌.
준비해 둔 페르소나를 걸치고 밖을 나선다.
너는 내가 궁금하지 않다. 나라는 사람이, 옷과 가죽까지 벗겨놓은 적나라한 실체가 보고 싶지 않다.
단지 껍질과 그에 어울리는 행실을 기대한다.
눈에 띄어야 한다. 기왕이면 마음에 들어야 한다.
중요한 건 내가 아니다.
이목을 끌고 관심을 받아야 한다.
관심이 무섭다.
빛 혹은 암흑. 그 중간지점인 그늘은 존재하지 않는다.
타인을 바라본다.
좋은 사람 싫은 사람 끌리는 사람 별로인 사람. 무한한 수식어가 새겨진다.
이름조차 중요하지 않다.
내가, 네가 궁금하지 않다.
주체 없는 인물의 이데아를 만든다.
이데아를 모아놓은 디스토피아에 잠식된다.
네가 궁금하지 않다. 내가 궁금하지 않다.
고요하다. 가장 공포스러웠던 무관심이 되려 편하다.
시끄러운 눈빛들에서 벗어나 공기로 가득한 허공에 집중한다.
여기도 ‘나’는 없다. 공허하다.
너는 나를 마주한다. 그리고 너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잠시 동안 공포를 잊어버린다. 잠시나마 진심을 이야기한다.
너를 듣는다.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너의 상황 살아온 삶을 모두 알 수 없다. 너를 이해할 수 없다. 단지 현재 내 앞에 존재하는 너에게 공감할 뿐이다.
우리가 마주하는 시간만큼은 그늘이 되어 오로지 네가 주체가 될 수 있길 작은 천막을 만든다.
돌아가면 공포와 공허가 되살아 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는 없지만, 마음 한편에 안정감이 자리하길, 쉼터가 제공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