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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펀트 Feb 08. 2022

낮에는 교사 밤에는 학생

온라인 수업, 할 때보다 들을 때가 더 어렵네?

2020년 3월, 유례 없는 개학 연기.

2020년 6월, 유례 없는 온라인 개학.

2020년 9월, 전면 쌍방향 줌 수업.


2020년은 교사로서 참 다사다난한 해였다. 주변에서는 요즘 교사들 코로나 덕에 날로 먹는 거 아니냐는 질타의 메시지도 많았지만, 내부에서는 나름 고군분투했다. 나는 동학년을 대표해서 온라인 수업 방법 연수도 많이 듣고, 온라인 수업 방법을 연구하고 개선시켜 나가면서 수업의 질적 향상을 도모했다. 물론 등교 수업 만한 효과를 낼 수는 없었지만, 내 나름대로는 정말 많은 노력을 한 해였다.   


2021년 되어서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쌍방향 수업의 전문가가 되었다. 줌 수업은 일상이 되었고, 때로는 화면을 자꾸 끄려는 사춘기 학생들 틈새에서 홀로 수업을 하는 외로운 존재가 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화면을 왜 자꾸 끄는지, 왜 이마만 비추는지, 과연 컴퓨터에 줌 화면을 켜놓은 게 맞는지, 게임을 하는 건 아닌지, 화면에 비치지 않는 손으로 친구들과 페메를 주고받는 건 아닌지, 참 답답했다.



다행히 등교일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온라인 수업의 폐해도 많이 사라졌고, 아이들을 혼낼 일도 많이 줄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점부터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낮에는 교사로서 열심히 온라인 수업을 하고 밤에는 학생으로서 열심히 온라인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전면 줌 수업으로 진행되는 대학원 수업은 아이들을 많이 이해하고 스스로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훅 들어오는 교수님의 발표 지목이 왠지 두려웠다.

퇴근하고 수업 듣느라 피곤한데 5분 이상 늦게 끝내주는 교수님이 미운 순간도 있었다.

집중이 안될 때는 자꾸 스마트폰으로 손이 갈 때도 있었다.

정돈 안 된 내방, 피곤에 찌든 나를 가리고 싶어 화면을 끄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아마 아이들도 이런 마음이었을 텐데.

혼냈던 순간들이 떠오르며 아이들에게 괜히 미안했다.

온라인 수업, 할 때보다 들을 때가 더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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