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교사인 것을 밝히면 혹여나 어린 나이와 부족한 경험에 만족하지 못하시거나, 걱정하시는 학부모님들이 많을까 염려했었다. 실제로 아직 많이 부족해서 배워야 할 것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정 반대였다. 학기초 한 학부모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이 학창 시절에 신규 선생님을 만날 일이 얼마나 있겠어요? 갓 교사가 되신 선생님의 열정에 너무 감사하고, 우리 아이가 선생님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 예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를 만난 게 아이들에게 행운이라고 말씀해주신 그 학부모님의 말씀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 그분은 내게 같은 말을 해주셨다.
그해 아이들은 학기초부터 항상 등교하면 내가 있는 앞자리로 와서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 자기 자리에 앉았다. 처음에는 정말 놀라웠다. 난 분명 가까이 와서 인사하라고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서로를 부를 때 "야"가 아니라 누구누구님이라고 불렀다. 더 놀랍고 내가 다 어색했다. 지금이야 아이들이 서로 존중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인성 교육의 일환으로, '님'자를 붙이도록 교육하시는 선생님을 많이 봤지만 그때만 해도 정말 어색하고 신기했다. 가끔 "땡땡님 뭐하시는 거예요! 왜 때려요!" 하며 호칭만 님 자지 서로 싸우고, 언성 높이고, 욕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그 덕에 존중과 배려가 학급의 문화가 되어 참 좋았다.
두 사례 모두 내가 가르쳤던 것이 아닌, 아이들이 스스로 행하는 언행이었다. 아마 5학년까지의 전임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을 잘 가르치셨기 때문일 것이고, 그런 가르침을 받아 인사성과 예의를 자신의 습관으로 만든 훌륭한 아이들 본인들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예쁜 아이들과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물론 중간중간 소소한 어려움이야 있었겠지만,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이 정말이지 너무나 예뻤고, 귀여웠고, 소중했으며, 교실에서 아이들과 지지고 볶는 그 생활이 행복했다.
예쁜 아이들과 좋은 학부모님들을 만났던 그 해는, 내게 행운이었다. 그 해 우리는 순수했고 행복했으며, 이제 그 아이들은 스무 살이 되었다. 아직도 종종 대학 입학, 취직, 군대 등 다양한 이유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코로나만 아니면 정말 당장 만나서 치맥이라도 쏘고 싶은 심정인데! 나의 교직 첫 해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그 해 우리들에게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