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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Jan 15. 2020

다단계에서 돈을 빼면 진짜 다단계가 된다

복병이 나타났다!

눈썹 언니들이 모인 후 열흘 만에 첫 번째 보고서를 쓰면서 생각지도 못한 달콤함을 알아버렸다. 그래서 2주 차에 두 번째 보고서를 썼다. 눈썹 언니들의 마음 담은 글들이 워낙 많아서 나는 그저 주워 담는 일만 하면 되는, 달콤한데 쉽기까지 한 보고서였다.


첫 번째 보고서는 pdf 파일이었다. 두 번째 보고서는 다른 활동 보고서처럼 블로그의 링크로 해봤다. 그랬더니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나타났다. 하루 방문자 서너 명에 지나지 않던 내 블로그에 갑자기 댓글과 안부글이 생겼다. 다들 눈썹 그려라 온라인 방에 초대해 달라는 글이었다. 앞뒤 없이 그냥 링크를 묻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꼭 온라인 공동체를 해야 하는 이유까지 정성스럽게 쓴 글도 있었다.


우리의 활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 받을 수 있는
일이구나


라는 기쁨도 잠시, 이 댓글들을 어째야 할지 걱정이 시작됐다. 눈썹 그려라 온라인 방이 생긴 지 2주가 지났지만 난 여전히 누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매치하는 게 어려웠고 행여 그걸 들킬까 봐 다른 언니들처럼 장문의 격려글을 남기지 못했다. 내가 모집해 놓고 내가 기억 못 하는 게 부끄러웠고 미안했다. 그렇다고 그 작은 창을 이리저리 내리고 올리면서 다시 확인할 만큼의 정성도 내게 없었다. 그저 시간이 지나서 별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기억되길 바라고 있는 중이었다.


내 상태가 이모양인데 누굴 또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다들 나 같을 줄 알고 일단 기존의 언니들에게 물어봤는데 시원한 답이 없어서 내 질문에 내가 구구절절 답했다. 여기서 더 많아지면 일일이 격려해주기 어렵지 않을까요. 그냥 소수정예로 갑시다. 뭐 이런 식의 내용이었던 거 같다. 다행히 내 말에 딱히 반대하는 언니들이 없었고 우리 채팅방은 이대로 우리끼리 흘러갔다.


달콤 보고서가 걱정 보고서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전까지는 이 열정 언니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어서, 작가님의 응원도 받아서 신이 나는 일이었는데 또 보고서를 쓰면 또 챗방 주소를 오픈하자는 댓글이 달릴까 봐 걱정이 앞섰다.


 아, 다단계가 이런 마음이네


소문내고 싶고 같이 하고 싶은 마음, 내가 보기에 이거만큼 훌륭한 게 없고 이걸 안 하는 사람은 다들 좋은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것 같은, 그래서 내가 알려줘야겠다 싶은.


돈만 뺀, 딱 다단계였다.


달콤 보고서에서는 다단계스런 마음이 절정에 치달았다가 걱정 보고서로 바뀌면 한없이 가라앉는,


내가 만든 쳇바퀴에서 혼자 빙빙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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