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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Jan 15. 2020

음식 아닌 '이것'에 설탕 뿌려보신 분?

눈썹 그려라 활동 보고서

눈썹 언니들의 열정을 이해했다.


이제 그들의 따뜻함을 전파해야겠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생겼다.


 그즈음 오소희 작가의 블로그에는 공동체가 이렇게 만들어졌어요.라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있으니 선택지엔 없었지만 이런 모임도 생겼어요.라고 알리고 싶었다. 우리의 채팅창을 열고 그간의 인증 사진들을 하나하나 캡처해서 붙였다. 우린 이러저러하게 모였고, 호구조사도 없이 오전에 후다닥 인증을 끝내고 본인의 삶을 삽니다. 누가 누구고, 어떤 삶을 사는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그저 내 활동에 물개 박수 쳐 주는 눈썹 언니들입니다. 의 내용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작가님에게 메일을 보냈고 얼마 안 있어서 답장이 왔다.



은영님이 나나잘님이신 거죠?

와, 채팅방 이름도, 활동도

너~~~~ 무 멋진걸요?

어떻게 후딱 열두 분이나 모이셨는지.. 대단합니다.

그럼 <눈썹 그려라>는 특정한 지역 베이스의 공동체는 아닌 건가요?



그럼 그렇지. 온라인 모임이 또 생길 거라고 작가님도 생각을 못하신 게야. 나 정말 삽질했나 봐.

라고 혼자 자책하며, 그래도 질문으로 끝났으니 답을 해야 할 거 같아 다시 메일을 보냈다.



네, 은영=나나잘 입니다.

작가님이 나만 잘하면 된다 하셔서요 ㅎㅎ


제가 공동체 댓글에 2번을 중심으로 하는

오픈 챗방을 제안했고

(지역, 애들 나이, 관심사 상관없이 내 활동하실 분!)


사람 너무 많으면 집중 안될 거 같아서

적당하다 싶은 때에 모집글을 지웠어요.


지역은 다양한 듯요(잘 몰라요. 애초에 안 물어봐서)


저 빼고 12명 있는데 그중 11명이 열흘 동안

각자의 눈썹 인증을 했습니다.


느슨한 연대라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일단 되는 데까지 달려보겠습니다~



라고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놨다. 그랬더니 다시 온 메일.



나나잘은 그 뜻일 줄 알았지요.ㅎ

온오프라인을 적정히 섞으셔야 오래갈 거예요.

인원은 아마도 줄어들며... 소수정예만 남겠지요.^ ^

지속적인 연대와 활동, 응원합니다.

잘 되면 또 자랑해주기!




응? 응원한다고? 잘되라고?


학창 시절, 그 핫했던 H.O.T 와 젝키의 구분이 어려웠다. 비슷하게 생긴 남자 애들이 우루루 나와서 뭐라고 하는데 도통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젝키 광팬이었던 내 친구가 보다못해 날 앉혀놓고 비교분석을 해주어서 그 다음부턴 대충 이해했지만 늘 관심 밖이었다. 나는 그냥 쭉 이승환만 좋았다. 하지만 이승환은 아이돌이 아니고 그 흔한 팬클럽도 없어서 덕후질을 하고 말고 할 일도 없었다.


그렇게 평온한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오소희 작가에게 응원한다는 메일을 받으니 내 개인의 일이 아닌데도 마치 성덕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온오프를 적당히 섞으라는 말도 있긴 했지만(결국 내 예상대로 적당히 섞진 못했다) 잘되면 자랑해달라고 한다. 갑자기 막 잘하고 싶어 졌다. 자랑하고 싶어 졌다.  선택지에 없는 답을 멋대로 만들어놓고 혼자 전전긍긍하던 시간이 싹 씻겨 나가는 듯했다.


그래. 달려보는 거야!
또 칭찬받아보는 거야!


그렇게 첫 보고서로 보고서의 달콤함을 알아버렸다. 답 메일도, 보고서도 설탕을 한 웅큼 뿌린 기분이었다. 보고서는 계속 달콤할 줄 알았다.




대체 어떤 언니들 때문에 달콤 보고서를 쓴건지 확인해 보시겠다면 여기로

  https://brunch.co.kr/@1052067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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