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의부증을 부추긴 시어머니

허우적과 팔랑팔랑적

by 음감

아빠는 매일 늦었다.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 아빠는 내가 잘 때 나가서 잘 때 들어왔다. 아빠 근무일은 월화수목금금금이었다. 어느 날, 밥을 먹다가 할머니가 길석님에게 말했다.


“애미야. 어제 아범 언제 왔냐? 아침엔 언제 나갔고?”


“저도 자느라 언제 왔는지는 모르고요. 아침엔 5시 반에 나갔어요.”


“사람이 그렇게 조금 자서 어찌 사누.”


“그러게요. 힘들겠어요.”


힘들겠어요,라고 말하지만 별로 안 힘들어 보이는 길석님과 달리 할머니는 힘들게 다음 말을 꺼냈다.


“저기... 그게 말이다”

“예? 뭐가요?”


길석님의 빠른 반응에 할머니는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길석님은 재차 물었다.


“왜요 어머님, 하실 말씀 있으세요?”

“아니... 아범이 혹시 다른 데서 자고 오는 거 아닌가 해서...”


“다른 데 어디...
아, 혹시 여자요?”


길석님이 가볍게 말한 여자요? 에 할머니가 순식간에 깔렸다. 단어에 깔려 허우적대다가 간신히 또 말을 이었다.


“아니... 너무 늦고... 맨날... 그러니까... 아니 아니지만... 혹시...”


시어머니가 허우적거리는데 길석님은 팔랑팔랑적이다.


“히히, 어머님.
아범이 월급통장을
고스란히 다 가져오는데
여자를 만난다면
그 사랑 대단하지 않나요.
그야말로 돈을 초월한 사랑이잖아요”

할머니의 허우적이 끝났다.


“이것아!
그리 실실거리며 말할 문제가 아녀”

허우적이 끝나도 팔랑팔랑적은 건재하다.


“저도 출근해야 되는데 그럼 아범 미행이라도 할까요. 병아리 두 마리(나랑 내 동생)가 집에 있는데 어지간한 배짱으론 못할 일이에요. 엄뉘는 아들을 안 믿으면 어쩔라고”


이 말에 할머니가 대답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며칠 후, 저녁밥을 먹다가 전화가 왔다. 길석님이 받았고 전화 끊자마자 급히 나갈 채비를 했다.


“어머님,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제 일은 아니고요. 친구가 좀 보자고 해서요”


“친구가 왜. 뭐 안 좋은 일이냐?”


“갔다 와서 말씀드릴게요. 좀 급해서요”


길석님은 바람같이 나가버렸다. 길석님이 나가고선 할머니는 상다리가 부러져라 한숨만 푹푹이다. 내가 물었다.

“할머니 왜 그래. 엄마 갑자기 나가서 그래?”

“그랴... 걱정돼서”


“갔다 와서 말해준다잖아. 엄마 일도 아니고 친구 일 이래고”


“친구일이 아닌 거 같으니 그러지. 니 아빠가... 아니다. 밥 먹자”


할머니 한숨에 땅이 꺼지겠는데 밥은 무슨...이라고 열 몇살이 대답할 리는 없지. 나는 그냥 계속 먹고 할머니는 안 먹었던 거 같다.


길석님은 밤 10시가 넘어서 집에 왔다. 할머니는 며느리가 씻을 동안 벌 받는 사람처럼 방을 서성거렸다.


드디어 문제의 며느리가 물을 뚝뚝 흘리며 나왔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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