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의부증을 부추긴 시어머니(2)

그저 궁금할 따름

by 음감

“어머니, 표정이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 니가 그렇게 나가서... 아범한테 전화 온 거 같아서...”


“엥? 아범이요? 친구 전화였다니까요. 엄뉘도 아시죠. 순자.”

“엥? 아범 전화 아니야? 순자가 왜...”


길석님은 머리 물을 털며 말했다.


“순자 남편이 오늘 저녁에 거래처 약속이 있다고 했는데 순자가 다른 메모를 봤나 봐요. 그래서 저랑 리베라 호텔 앞에서 기다렸거든요. 순자 남편이 어떤 여자랑 팔짱 끼고 들어가는 걸 봤어요. 방으로 쳐들어가니 어쩌니 하다가 너무 늦어져서 일단 집으로 온 거예요”


할머니는 또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분명 아까랑 다른 한숨이다. 이번에 내쉰 한숨으로 할머니의 흙빛 얼굴이 원래 얼굴색으로 돌아왔으니까. 갑자기 자신만만해진 할머니는 길석님을 나무랐다.

“너는
아범 쫓아갈 생각을 해야지
왜 엄한 넘의 집 남편
미행을 해!”

길석님은 여기에 대해 할 말이 많았던 모양.


“하이고. 어머니. 순자 따라다니면서 보니까요.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게 속 편하겠던데요. 안다고 당장 뾰족한 수가 생기지도 않고. 혹시 어머니가 저 먼저 알게 되면 저한테 들키지 말고 정리하라고 애비한테 말해주세요.”


할머니는 기가 막히다는 듯 콧소리를 흥~ 하고 냈다.


“니는 시어미한테 별소리를 다한다!”

시어머니의 타박에도 길석님의 팔랑팔랑은 이어진다.


“시작은 엄뉘가 하신 거 같은데요.
이히히...”


얼마 후, 길석님은 면허를 따고 차를 샀다. 순자 이모 미행에 택시 대신 길석님 차가 동원됐다. 할머니는 그러지 말라고 매번 말했고 길석님은 네네~~ 하고 대답만 잘했다.


결국 순자 이모는 간통죄로 남편과 상대 여자를 고소하면서 자동으로 이혼했다.(그 시절 간통죄 고소는 이혼을 전제로 했다) 소식을 들은 할머니가 말했다.


때리고 그러는 거 아니면
좀 모른 척 해 보지.
제 풀에 지쳐 그냥 돌아올 수도 있는데...

어엿한 중학생이 된 나는 그간의 스토리를 다 이해했기에 할머니의 이중적 기준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건 짚고 넘어가야 해!


“할머니, 엄마한테는 증거도 없는 아빠를 캐보라고 하면서 왜 순자 이모는 증거가 확실한데 참고 살래?”


“으응? 아니... 순자는 내가 잘 모르고... 니 엄마는 내가 아는데... 니 엄마가 니 아빠 얘기를 다른 데서 먼저 들으면 더 속상할 거 같아서. 차라리 먼저 아는 게 낫지”


“푸핫, 할머니. 그 말 되게 이상한 거 알지. 지금 아빠가 바람피운다고 단정 짓고 엄마한테 그걸 찾으라고 하는 거잖아. 할머니 아빠 친엄마 맞아?”



중학생인 나는 그저 웃겼다. 곧 중학생 될 딸을 키우는 나는 그저 신기하다. 대체 할머니와 길석님, 피 한 방울 안 섞인 성이 다른 이 여자들은 대체 무슨 사이였을까. 길석님한테 물어봐도 딱히 명쾌하지 않다.

“양국순 할머니? 몰라. 그냥 나를 이뻐했어. 지금 생각하면 내가 좀 싹싹하게 한 거 같기도 하고. 아, 니네 아빠 바람피우는 거 확인? 푸하하. 그때도 웃겼고 지금 생각해도 웃겨. 내가 니 아빠보다 더 믿음직스러운 거 아니겠어?”


“저기... 어머님? 자뻑 그만 하시고. 대체 어떻게 그런 고부관계가 가능한지 말 좀 해보시라니까요?”


길석님은 “글쎄다...” 몇 번에 “너무 오래된 일이라...” 서너 번 쯤, “그리 궁금하면 니네 할머니 살아있을 때 니가 좀 물어보지. 듣고 보니 나도 궁금하네...” 식의 하나마나한 대답만 했다. 답답한 나는 버럭 소릴 질렀다.


“딸이 물어보면 성의 있게 대답 좀 하라고!”


길석님 목소리가 더 크다.


“나도 이제 육십 일곱이야. 어제 일도 모르겠는데 왜 몇 십 년 전 일을 내놓으라 난리야!”


“어...그...래... 미안해. 난 그냥 궁금하니까 그랬지”


바로 꼬리 내린 내가 불쌍했는지 길석님은 처음으로 길게 대답했다.


“진심이었겠지. 하루 이틀 같이 지내는 거 아니고 십 몇 년을 살면서 가식으로 대하면 다 티가 나지 않겠어? 서로 진심인 거 아니까 더 친했겠지. 니 아빠랑 할머니는 아빠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떨어져 살다가 너 태어난 후에야 같이 살았잖아. 그 후에도 해외 출장 몇 년, 돌아와서도 맨날 바쁘고. 아들보다 나랑 훨씬 더 많이 지내니까 더 친해지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그 <더 친해지는> 게 고부간에도 가능하냐고’ 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건 내가 워낙 잘하니까!’라는 자뻑용 대답이 나올 게 뻔해서 안 물어봤다.




성이 다른 여자들의 그 무한 신뢰가 궁금해지는 밤이다. 성은 달라도 같은 피가 흐르는 내 딸과 고작 청소 따위로 싸운 내가 미워져서 더 궁금한 건 절대 아니다. 그 여자들 틈에서 살 때 내 방도 발 디딜 틈 없이 더러웠는데 싸운 기억은 없어서 더 궁금한 것도 절대 아니다.


분명 저 두 여자의 피가 내게도 흐르고 있을 텐데 난 왜 그들의 반도 못 따라가는지 그저 궁금한 밤이다. 나는 과연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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