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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Mar 09. 2021

40대의 오십견

그게 또 좋다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건 싫은데 필연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임을 확인하는 날이 있다.


 당연하지. 사람은 모두 각자 특별하니까. 모두 특별하다는 건 상대적으로 아무도 특별하지 않다는 뜻이니까.

그게 아무렇지 않은 날이 있고 그게 미친뇬을 만드는 날이 있다. 후자일 때 가만히 있으면 미친뇬에 침몰하기에 뭐라도 해야 한다.


10대에는 피아노를 쳤고, 20대는 술을 마셨고, 30대는 애 보느라 침몰 씩이나 할 시간이 없쒀...


40대는 몸을 움직인다. 오늘은 병원 가느라 자전거로 달렸다. 아직 어려서(?) 오십견 도수 치료 효과가 빨리 보인다는 말을 기뻐하면 안 될 거 같은데 서울로 넘어오는 오르막에서 저 칭찬(?)을 원동력 삼아 쑤욱 올라온다.

평균속도 15, 최고속도 20. 한강 라이딩 굇수들에 비하면 과하게 겸손하나 속없이 또 기뻐한다.

기뻐한다고 특별한 사람이 되진 않지만 적어도 침몰하진 않는다. 기뻐한다고 오십견이 금방 없어지고 라이딩 기록이 한강의 굇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진 않지만 침몰 자매품 우울까지 반품할 힘은 생긴다.


반품만 했을 뿐 따로 뭘 받은 건 없는데 내가 충만해지는 신기함이 있다. 


뭘로 채운 충만함인지는 모른다. 모르지만 말갛다. 모르지만 포근하다. 딱 오늘 아침 햇빛과 비슷하다.

그러니 아마 내일 아침에도 애들 학교 보내면서 나도 자전거를 끌고 나올 것 같다. 내일은 그 빡쎄다는 한강 깔딱고개를 넘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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