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고 말이나 들었으면 좋았을걸. 걘 아예 잠수를 탔다. 내속도 탔다. 겨우 두 달 만나 놓고 석 달간 잠을 못 잤다. 잠들었다가 울면서 깼다. 그전까지 잠 못 잔다는 게 뭔지 몰랐다. 그 석 달 동안 온몸으로 이해했다.
1년 후, 느닷없이 걔가 꿈에 나왔다. 내용 없이 인물만 있는 꿈이 5일을 채웠다. 울진 않았지만 잠이 끊겨서 피곤했다.
그 주 금요일 저녁, 동계수련회를 갔는데 그날 밤, 걔가 꿈에서 울었다. 놀라서 깼고 그대로 밤을 새웠다. 토요일 오후에 늦게 오는 청년들을 위한 셔틀버스가 있다길래 그 차로 집에 와서 초저녁부터 잤다.
밤 10시쯤, 전화받아보라며 길석님이 깨웠다.
"여...보세...요? 누구?"
"나 원명 오빠. 정환이 엄마 돌아가셨어. 빨리 와"
"어? 정..환이? 엄마?"
걔가 상복을 입고 막대기처럼 서 있었다. 걔네 엄마는 목요일에 감기로 입원했다가 토요일 오후에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했다. 눈도 안마주치며 인사하고 건물 뒤편으로 가 쭈그려 앉았다. 걔가 그립지도 않았고 다시 봐도 아무 느낌 없는데 멈추지 않는 눈물에 목이 쉬어버렸다.
새벽 1시쯤 집에 와서 다시 잤다. 일어났더니 여전히 어두운 5시다. 또 새벽인가 했는데 오후 5시였다. 1월 말이라 해가 금방 져서 어두운 거고.
울다가 자면 머리가 아팠는데 그날은 전혀 아프지 않았다. 맑고 가볍고 담담했다. 저녁을 먹고 청소를 하고 다시 잤다. 또 깊고 오랜 잠이었다.
그 후에도 만나고 헤어짐이 있었다. 당시에는 우주를 들어 올릴 고민인 줄 알았는데 지나면 이불킥, 아니 기억도 못할 기타 등등의 연애. 이 모든 것들이 잠이라는 거대한 이불로 덮어짐을 그날 이후 알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기어코 잤으니까.
잠은 내게 그렇게 강력한 치유제였다. 그날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