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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Apr 01. 2021

저 인간 보존의 법칙

from. 삼국지

삼국지 후한 말기, 십상시는 궁을, 황건족은 백성을 농락한다. 난세에 영웅 난다고 이러저러 영웅들이 저러이러하게 십상시와 황건족을 정리한다.

   십상시와 황건족을 처리했더니 이번엔 동탁이 난리다. 독자는 여기서 배운다. 문제없는 삶이 없다는 것. 저 인간만 없으면 딱 좋을 거 같은데 저 인간 없애면 '다른 저 인간'이 온다. <저 인간 보존의 법칙>이다. 늘 존재하니 그를 다룰 능력도 필요하다.

   나는 매우 특이한 성씨를 가진 남자 어른과 두 어린이와 산다. 애는 불만이다. 짓궂은 남자아이들이 늘 성으로 시비를 걸어서다. 3학년이 끝날 무렵, 아이는 기뻐했다.

   "이제 걔네랑 다른 반 되면 내 이름으로 말 만드는 애들이 없어질 거 아냐"

   내가 말했다.

   "니 성으로 놀리는 애들은 스무 살까지 계속 있을 거야."

   아이는 절망했다. 내가 말을 이었다.

   "난 니 아빠를 만나서 너희 엄마가 된 게 너무 좋아. 성이 무슨 상관이야. 사람이 이렇게 좋은데. 그러니 니 성을 미워하지 마. 걔들은 없어지길 기대하지 말고 다루는 법을 익히면 돼."

   왕윤은 새롭게 나타난 '저 인간' 동탁 제거에 나서지만 실패한다. 아이도 새 학년이 되니 새로운 '저 인간'을 만났다. 학기초엔 제압에 실패했다. 몇 번의 실패가 쌓이자 아이는 일일이 반응하는 대신 핵폭탄 사이다를 한 번씩 날렸다.

   완전히 없애지 못한다고 실패일까. 아니다. 다룰 수 있으면 된다. 왕윤도 초선을 통해 동탁 다루기 신기술을 익히지 않는가.

   다루는 기술은 또 생길 수 있는, 아니 살아있다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다른 문제들을 극복하는 기초체력이 된다.

   문제없는 삶을 꿈꾸지 않는다. 대신 어떤 문제가 와도 다룰 수 있는 강한 어깨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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