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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Apr 09. 2021

모르는 애 엄마가 나를 찾는 날

지독한 연결과 중화 사이

   13년생 단톡방이 너무 시끄러워서 탈퇴한 지 꽤 됐다. 오늘 거기서 누가 날 찾는단다. 그 방에 있는 아는 동생이 개인 톡을 보내줘서 알았다. ,


   아이에게 전화했다. 어떤 아줌마한테 억울하게 혼났단다. 누군지도 모르고 톡방에 다시 들어가기도 싫고 애는 지켜야겠으니 그냥 놀이터 보초를 섰다.

   한참을 보초 서다가 집에 오는데 여전히 속이 시끄러웠다. 25층 집까지 걸어서 올라간다는 지인의 말이 생각났다. 뭐하는 짓이냐며 그땐 웃었는데 나도 올라가 봤다. 24층까지.

   심장 튀어나올 만큼 헉헉거릴 줄 알았는데 다 올라와서 1-2분 만에 진정됐다. 오올~ 나 쫌 튼튼해졌나 봐. 하는 마음이 아까의 속 시끄러움을 조금 잠재웠다.

   세상이 어찌 공정하기만 하겠어. 때론 그럴 때도 있다고. 그걸 넘기는 것도 기술이라고. 아이에게 말해줄 수 있는 마음이 생길 무렵, 기어코 내 번호를 알아낸 그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당신 아들 혼내서 미안하다며 머리 조아리는 전화였다. 아깐 울었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말해줬다. 훈훈하게 끊었다.  




연결이 주는 축복과 번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 엄마이시죠? 전 ## 엄마입니다”라는 문자에 무슨 일인가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게 이번 달만 벌써 두 번.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문자를 받을까.

  중화시키겠다고 좋은 사람과 톡을 채우고 24층을 계단으로 오른다. (본인이 날 중화시키는지도 모르고) 중화시켜주는 사람과 내 체력이 또한 고마워지는 날이다.

예고없이 날아드는 징그러운 연결은 피할 길 없다. 대신 징그러운 연결을 피할 좋은 연결을 만들어 두고 여차하면 그리로 피해야겠다. 그조차도 안될 때를 대비해 24층을 걸어올라갈 체력도 유지해야겠다.


한없이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한없이 단순해 질 방법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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