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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May 06. 2021

세 돌까지 효도한다는 말은 뻥이다

돌 하나 엉덩이 둘

길거리에서 파는 구운 치즈와 피자를 샀다. 아이들이 어정쩡하게 서서 먹다가는 틀림없이 흘릴 테니 허술한 세팅이라도 필요했다.

   한쪽으로 데려가 돌 화단에 앉혀놓고 먹으라고 했다. 밥 먹고 바로 먹는데도 누가 보면 어미가 애 굶기고 다니는 줄 알만큼 너무 달게 먹었다.

   그 작은 돌에 두 엉덩이를 쏙 넣고 먹는 걸 보니 아직 애들이 어리구나 싶었다. 이제 아기 냄새도 안 나고 내가 휙 안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완벽하게 애기들이었다. 좀 큰 애기. 내 운동화 신고, 내 티셔츠 입고 학교 가버리는 큰 애기.

   한동안 아기띠의 아기들을 보면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고개가 막 270도 돌아갔다. 그 아가들을 보며 내 육아의 좋은 시절은 다 갔다고, 이제 싸울 일만 남았다고 한탄하고 있었다.

   오늘, 돌 화단 위의 아이들이 말없이 외치고 있었다. 육아의 가장 좋은 날은 오늘이라고. 자꾸 뒤돌아보지 말고 지금을 보라고.

   애들은 세 돌까지 제가 가진 모든 효도를 다한다 하지만 오늘처럼 두 엉덩이가 돌 하나에 쏙 들어간 날은 초등학생 버전의 새로운 효도를 또 한다. 세돌은 너무 짧다. 보는 내 눈만 부지런히 업데이트하면 열 돌, 스무 돌로 길어질지 모른다.

   하늘은 제가 가진 모든 파랑을, 나무는 제가 가진 모든 초록을 최대치로 종일 내뿜어서 너무나 선명한 날이었다. 그보다 애들의 존재 자체가 내뿜는 귀여움이 더 선명한 날이었다. 그보다 내일치의 또 다른 귀여움을 볼 눈이 내게 생겼을 거라는 기대가 더더 선명한 날이었다. 어린이날에 어른이가 3연타 선물을 받은 날이었다.

#전주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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