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려면 조용하게

휘어진 골프공

by 음감

스크린 골프 연습장에서 공이 휘어지면 옆사람 자리로 간다. 쳤던 공이 내게 다시 굴러와서 그 공을 또 치는 건데 휘는 공이 많아져 내 공이 다 옆자리로 굴러가버리면 결국 내자리엔 공이 안 남는다.

오늘도 내 앞에 수북이 쌓였던 공이 한 개도 남지 않았다. 쌓인 공을 위로 하나씩 올려주는 컨테이너 벨트만 덜컹거리며 공회전을 했다.

채를 휘두를 때 타격감이 제대로 오면 공은 신기하게도 휘어진다. 오히려 맞은 느낌 없이 가벼울 때 공은 직선으로 멀리 날아간다. 처음 이 느낌을 알았을 때 너무 신기했다. 이렇게 소리 없이 멀리 간다고?




골프공만 그럴까. 개인 브랜딩이 중요한 시대라고 여기저기 관련 콘텐츠가 요란스럽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작 당사자의 브랜딩은 안 된 거 같은데 광고만 요란한 경우가 있다. 그런 사람은 결국 멀리 못 간다. 채 앞에서만 요란한 내 공이 멀리 못 가는 것처럼.

어떤 콘텐츠는 멀리 가긴 간다. 그런데 목표점을 향해 직진하지 못하고 휘어진다.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으나 본인도 휘어지면서 남에게 훈수를 두면 당황스럽다. 휘어지는데도 수습하지 않고 계속 휘두르면 결국 내 앞의 공이 다 없어져서 밑천이 드러난다. 빈 컨테이너 벨트의 덜컹거림만 들린다.

콘텐츠만 그럴까. 사람 자체도 마찬가지다. 멀리 가는 사람은 요란을 떨지 않는다. 가야 할 길에 집중하면 조용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멀리 간다. 타격감 없이 조용히 맞는 공이 직선으로 뻗는 것처럼 말이다.

한때는 나도 널리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뭔가 티 나게 해서 금방 다른 사람들이 알아봐 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멀리 가려면 소리 없이 집중하는 시간이 훨씬 더 필요했다. 티 나는 타격은 실속 없는 빈수레 일뿐이었다.


관계에서도, 일에서도 직선으로 멀리 날아가는 골프공처럼 조용한 중심을 정확히 쌓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골프 배운지 이제 4주차인데 운동 너머의 이야기가 그 작은 공에서 자꾸 흘러 넘친다. 200개 치는동안 제대로 맞는 건 10프로도 안되지만 인생이 어디 그리 쉽겠나 하면 10프로 아니라 1프로만 잘 맞아도 그게 어디냐 싶다.


내가 골프를 잘할거란 기대치는 점점 닞아지지만 그래도 계속 배워보고 싶은 희안한 마음, 극초보 골프 4주차가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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