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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Sep 06. 2021

칭찬받아 춤추는 고래는 골병든다

반주자의 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대요. 칭찬을 많이 하래요. 좋은 말 같아요. 조금만 더 생각하면 좀 무서워요. 그 큰 고래가 춤을 추면 주변 물고기들은 어쩌나요. 그리고 굳이 고래가 춤까지 춰야 할까요.


은유, 비유 뭐 그런 거로 말이 그렇다는 걸 뭘 그리 물고 늘어지냐고요? 옛날 옛날 칭찬에 춤추던 영희가 골병이 났거든요. 영희는 고래가 아니라고요? 아효, 그 정도로 시비 거실 거면 그냥 읽지 마세요. 독자 한 명 잃었다고 치죠 뭐. 뒤로가기를 누르세요.


영희는 교회 반주자였어요. 주 3회 반주를 했어요. 페이는 없었어요. CCM 악보에 가산을 탕진하던 영희는 어느새 반주 기계가 됐어요. 아는 찬양이면 악보 없이 다 반주가 됐어요. 키를 높이거나 낮추는 것도 자유롭게 됐어요.


영희는 칭찬을 참 많이 받았어요. 누구는 반주하는 모습만 봐도 은혜가 된다고 했어요. 누구는 하늘의 상금이 아주 클 거라고 했어요.


영희는 다 칭찬인 줄 알았어요. 열심히 춤을 췄어요. 학교 수업은 늦어도 반주는 죽어도 안 늦으려고 막 택시도 탔어요. 스스로를 갈아 넣으며 주 3회 교회 출근을 했어요. 주말에 어디 놀러 가는 건 생각도 안 했어요.


어느 날 수요예배였어요. 학교에서 과제하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거예요. 택시를 탔는데도 퇴근 시간과 딱 겹쳐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어요. 2년 만에 처음 지각을 했는데 미리 연락조차 할 줄 모르는 책임감 없는 반주자라고 공개적으로 혼났어요.


머리를 조아리고는 있었는데 영희는 유체이탈 느낌이었어요. 2년간 무보수로 했던 수고는 대체 어디에 있는지, 2년 만에 처음인데 이렇게 혼날 일인지. 목사님들은 백업이 있는데 반주자는 왜 백업이 없는지. 영희 몸을 빠져나온 영희는 계속 질문을 던졌어요.


얼마 후, 바이올린 학원 원장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초등 1학년들 콩쿠르 반주 문의였어요. 하루 연습하고 콩쿠르 당일 반주비 40만 원을 받았어요.


유체이탈 영희의 질문이 그제야 답을 얻었어요. 무보수로 2년간 쌔빠지다가 한 번 실수로 깨지느니 밖에서 반주하고 돈으로 칭찬받는 게 훨씬 낫다는 답이었어요. 물론 밖에서 하는 반주는 하늘의 상금이 크도다의 칭찬은 없지만요.


하늘의 상금은 오늘의 입금과 전혀 상관없어요. 오늘의 입금이 너무 상관있는 영희는 그 길로 교회 반주를 끊었어요.


그 후로 15년이 지났고 영희는 다른 교회를 다녀요. 그 교회에서는 영희가 반주자였다는 걸 아무도 몰라요. 영희는 반주에 대해서 입도 뻥긋 안 하고, 칭찬도 안 받고, 춤도 안 추고, 병도 안나고, 존재감도 없는 한 명이 되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오늘의 동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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