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음감 Aug 30. 2021

홀라당 벗기면 반하잖아

잘 골라야 합니다

붙이지 말라고 소비자가 건의했단다. 건의대로 어느 날부터 안 붙였다. 엔요 요구르트 빨대 이야기다.


언제부턴가 플라스틱 병을 감싼 비닐에 절개선이 생겼다. 분리수거할 때 그 비닐을 벗겨야 재활용이 더 잘된다고 했다.


많은 제품에 급속도로 절개선이 생겼지만 생겼다고 해서 모두 홀라당 벗겨지는 건 아니다. 절개선과 직각으로 1/10 지점에서 끊어지면 다시 손톱으로 절개선을 잡아 뜯어야 하는 제품도 있었다. 내 인내심도 같이 뜯어진다.


기억력이 하루에 한 달 분량씩 퇴화하는 게 실감 나는 요즘, 그 와중에도 내 인내심을 뜯는 브랜드는 한 맺힌 귀신처럼 기억하고  다시는 안 산다.


소비자 의견을 그렇게 잘 들었던 엔요는 과연? 아주 쉽게, 중간에서 끊기지 않고 홀라당 벗겨진다. 그러면 나는 속절없이 홀라당 반해버린다. 

이 홀라당에도 분명 기술이 있지 않을까. 남들 다 하니까 발맞추는 척하느라 절개선을 넣은 것과 진정한 홀라당을 위한 절개선은 다를 테니까. 그래서 진정한 홀라당은 널리 알려야 한다.


BBC 드라마 닥터후 시즌12에서는 환경파괴로 폐허가 된 미래의 지구가 나온다. 닥터를 돕는 인간들이 그 모습에 낙담할 때 닥터가 말한다.


인류는 선택의 종족이고 그 선택은 생각보다 많은걸 바꾼다고. 바꿀 수 있음을 인류 자신이 먼저 믿어야 한다고.(극 중 닥터는 시간여행을 하는 은하계 종족이다. 겉모습은 물론 인간이지만)

닥터가 말하는 선택에 엔요의 홀라당이 있을 거다. 엔요를 선택하고 통을 헹궈서 홀라당을 꼭 하는 인간의 선택이 있을 거다. 그 선택을 받기 위해 홀라당을 구현하는 기업의 선택 또한 있을 거다. 우주 먼지 한알보다 작은 이 선택이 우주 모래알만큼, 돌멩이만큼 자꾸 커질 때 인류의 선택지는 더 많아질 것이다.


엔요의 홀라당을 응원한다. 이 포스팅은 엔요로부터 지원을 받았습니다라고 쓰는 날이 오기를 또한 셀프 응원한다.








이전 13화 지능이 낮아서 이걸 못하나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우리집 냉장고는 말을 한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