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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Feb 23. 2022

내일 코로나 양성이었습니다

누가, 언제 걸려도 안 이상함

애가 목이 아프단다. 자가 키트를 했다. 의심 없는 두줄이다. 애는 이미 곡소리다.


다음날 아침, PCR 양성 문자가 왔다. 다시 곡소리하려던 아이는 니방에서 폰과 물아일체 하란 말에 눈물이 그친다. 이래서 애플 시가총액이 코스피 총액보다 높구나.

애플은 위대했지만 겁먹은 아이를 완전히 달래진 못했다. 아이방에 식사와 간식을 갖다 주는데 애 눈가가 축축하다.

살림은 살리는 일이라 했던가. 살리는 일을 단순히 먹거리 제공으로만 할 수 없었다.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아이는 깜짝 놀라며 옮으면 어쩌냐고 날 밀었다. 나는 더 세게 안으며 말했다.

"괜찮아. 울 딸이 무서워서 떠는데 엄마가 옮는 거 걱정하겠어? 엄만 너 안아주고 걸려도 후회 안 해"

그제야 아이는 몸의 힘을 풀었다. 해사한 얼굴빛도 얼핏 비친다. 그래, 내가 이거 보려고 살림하는 사람으로 눌러앉았지 싶다.

2월 9일부로 접종자는 pcr음성이면 동거인 격리도 없다. 기준이 바뀌어서다. 2월 8일의 바이러스는 동거인에게 옮겨가지만 9일의 바이러스는 안 옮기기로 내부 협약을 맺나 보다. 달력을 보는 신묘한 바이러스다.

얼마 전 코로나 확진자 17만을 찍었다. 초반에 전 국민 FBI 빙의로 신상 털린 이태원 확진자는 요새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진다.

애가 걸렸으니 내가 걸리는 건 시간문제다. 다만 누가 찍는지 모르는 그 날짜 이후에 걸리면 좋겠다. 하루 차이로 격리일이 달라지니 말이다.

사상 초유의 '달력 보는' 바이러스를 만났다. 그가 달력을 보아주셔서 내 딸이 보호소로 끌려가지 않았고 내 살림으로 밥을 해먹인다. 살림이 매우 뿌듯해지는 날이다. 이 살림이 몇 번 더 뿌듯해지면 격리조차 없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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