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에 '한쪽을 깨는 다정한 망치가 되면 좋겠다'로 글을 썼다. 송고를 하고 홀가분한 (기분이라 믿는) 마음으로 밀리의 서재를 열었는데 김혼비의 다정소감이 보였다. 축구, 술, 축제에 이어 그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기대감에 심박동 수가 올라간다.
김혼비 특유의 긴 호흡은 어떻게든 웃음 포인트를 심어놓는다. 거기에 길들여지니 길다 싶어 지면 미리 웃을 준비를 한다. 기쁨 유효시간이 길어서 또 심박동 수가 올라간다.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저자 브라이언 헤어는 진화의 승자는 강한 자가 아니라 다정한 자라고 한다. 자연에서 인간사회까지 넘어온 적자생존은 시작부터 틀렸다고. 30-40년의 계층 연구를 통해 그는 강함보다 다정이 중요함을 증명한다.
브라이언 헤어의 계층 연구로 이과 소양을, 김혼비의 생활연구로 문과 소양을 두루 겸비한 다정은 내 머릿속 적자생존을 깨는 다정한 망치가 된다.
김혼비식 다정은 한번 더 돌아보는 다정이었다. 그의 돌아봄에 나도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돌아보며 생기는 다정함이 마침 내가 고민했던 지점이라서 더 한참을 멈춰있었다.
다정소감의 글을 보며 나는 많이 웃었고 다정을 고민했고 고민이 고마워졌다. 이토록 다층적인 웃음이 있을 수 있다니.
우리끼리의 다정이 아니라 좀 더 넓은 다정을 위해 안 다정스럽게 머리를 쥐어뜯는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정소감은 좀 덜 쥐어뜯으라고 안내도를 만들었다. 김혼비표 안내도를 들고 그가 초대한 다정의 세계로 가보려 한다. 종국에는 더 깊은 다정을 각자 고민할 수 있기를, 그래서 갈수록 넓어지는 다정이기를 바란다.
#다정소감_김혼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