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보고 쓰다

작가의 목소리, 정말 목소리다웠다.

이경 님 신간

by 음감

힘 빼고 스윙스윙의 저자 이경 님의 신간이 나왔다. 작가의 목소리다. 좋아하는 작가 아닌 이상 나는 작법서를 안 읽는다. 하나마나한 소리 같아서다. 이경 님의 스윙스윙을 재밌게 읽어서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를 읽었고 이번 책도 읽었다.

이경 님은 내 책 사세요! 를 다양한 경로로 강조하는데 나는 스윙 말고는 밀리의 서재로 봤다. 밀리로 봐도 작가님께 인세가 가겠지? 제발 가기를.

이 책을 ‘목소리다웠다’라고 하는 이유는 누군가 꼭 해야 하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이미 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없다.

글쓰기로 퍼스널 브랜딩을 하라는 말을 안 좋아한다. 자매품 선한 영향력, 우웩.

안 좋아하는데도 안 좋아한다는 말을 못 한다. 내가 딱히 브랜딩이 된 사람이 아니라 그렇다. 책 내면 인생이 바뀐다라는 류의 이야기를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더욱이 책을 쓰겠다고 몇 백을 내라고 하는 건 일종의 사기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이 책에서 해주니까 내 속이 막 시원한 거지.


자신에게 글쓰기 재능은 없는데 책은 내고 싶고, 돈도 좀 있고 시간도 좀 있고, 그러다가 정신줄마저 놓으신 분들은 이제 어디로 가느냐. 바로 수백, 수천만 원짜리 고액 책 쓰기 강의를 들으러 가는 겁니다. 거기 가서 박사니 도사니 하는 코치에게 블라블라…


밀리의 서재로 이 부분을 보며 킥킥대다가 스타필드 자라 유리창에 머리 박은 건 다음부터 말 안 해야겠다.

그렇다고 이경 님의 모든 목소리에 동의하냐, 그건 또 아니다. 책 초반부에서 합평은 의미 없다고 말해서다. 멘탈 약한 사람은 쓰는 의욕을 꺾는 게 또 합평이라고 한다.

나는 멘탈이 강한 건가. 나는 합평을 통해 1년 동안 배워야 할 것을 1달 만에 배우기도 했다. 이경 님이 말하는 것처럼 어깨가 빵빵해지는 일도 없고(대놓고 까기 때문에) 자신감이 뚝뚝 떨어지지도 않는다(합리적인 합평이기 때문에)

합평은 술평을 넓힌다. 이번 주에도 합평으로 만난 그들과 1박을 하며 회의(?)술을 할 예정이다. 다음 달에도 합평으로 만난 언니네 집에서 술을 마실 거다. 네 시작은 합평이었으나 네 끝은 심히 술평이다. 가만, 이러면 나도 이미 합평은 없는 건가.

이경 님 문체는 아이덴티티가 확실하다. 편집자와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내 문체’에 대한 마지노선을 지키기 때문이란다. 나도 그래서 팬이 된 거 같다. 빵 터지지는 않지만 계속 피식거릴 수 있는 문체다. 예능을 전혀 보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겐 이경 님 글이 일종의 예능이다. 한 번씩 팩트를 때려주는 시원함도 있어서 가볍지만은 않다. 다 가졌네 다 가졌어.

치밀하게 계획적인 나님은 스타필드 트레이더스에 과일을 사러 갔을 뿐이고, 오늘은 휴무일이었고 하릴없이 밀리의 서재를 뒤적이다가 이경 님 신작을 본 거고, 여기까지만 보고 가야지 하다가 다 봤고, 그러느라 배고파져서 괜히 밥값을 쓰고 왔다는.

어쩐지 이런 문체는 이경 님이랑 비슷해서 나는 비판적 읽기가 안 되는 인간이구나를 확인한다. 책 첫머리에서 비판적 읽기를 하랬는데 말이다.

그래도 <작가의 목소리>를 읽으며 뭘 써야지가 동시에 생각나면 나도 쥐똥만큼 재능은 있는 걸로 믿으련다. 설마 이 정도로 자의식 과잉이라 하진 않겠지.

사거리 신호대기가 끝나간다. 운전의 기본은 전방주시, 집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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