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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Nov 14. 2022

엄마들 약속이 다 그렇지 뭐

노는 엄마들

벼르고 벼른 나들이 길이었다. 원래 9월 초 예정이었는데 이 집 첫째에 치이고 저 집 둘째에 치이다 보니 10월 마지막 주까지 밀려버렸다. 엄마들 약속이 다 그렇지 뭐.


낙지볶음에 소주로 간단한? 저녁을 먹고 세종문화회관에서 연극을 보고 말로만 듣던 세상 힙하다는 성수동으로 넘어갔다. 우리의 1박을 받들어줄 에어비앤비가 거기 있으니까. 숙소 근처에 맛집이 그렇게 많다고 했으니까.


세종문화회관 연극


저녁도 간단히? 먹은 터라 허기가 몰려왔다. 숙소 근처에 맛집이 몰려있긴 했으나 우리보다 족히 20년은 어린아이들이 (아니구나. 이미 성인) 몰려있기도 했다.


우리가 '큰언니'까지만 됐어도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갔을지도 모르겠다. 20년 터울 큰언니가 있으려면 그집 엄마는 스물에 첫째를 낳고 마흔에 막내를...으악, 이 공포영화 저는 몹시 반대합니다. 우린 그냥 성수동의 이모 고모였다. 


용케 자리 잡아 앉는다 쳐도 저 데시벨을 뚫고 대화가 진행되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었다. 최근 내가 본 가장 시끄러운 곳은 오전 10시의 스벅이었다. 성수동 금요일 밤 10시 데시벨에 비하면 스벅은 고해성사 1인 기도실이다.


스벅 오전 10시 데시벨 이상을 뚫을 수 없는 엄마 셋은 조카들? 이 가장 많은 식당 앞에서 배민으로 픽업 포장 주문을 했다. 기다리는 동안 술을 사 왔고 숙소에서 판을 펼쳤다.


배민포장집


엄마들의 약속이 다 그렇지 뭐. 같은 서울 땅이어도 1박은 기본이어야 하잖아? 애들+남편+시부모 or 친정부모 이야기 저어어언혀 없이 밤 10시 반부터 새벽 3시 반까지 떠드는 거 역시 기본일 테지.


다섯 시간 동안 셋이서 떡볶이 3인분, 새우 튀김 6개, 청하 1병, 맥주 1,000cc, 음료수 한 캔 마셨다. 술집이었으면 자리만 차지하고 매상은 안 올리는 진상 아줌마 됐겠군.


그렇게 엄마들 약속의 밤이 지났다. 눈만 뜨고 정신을 못 뜬 엄마들은 가장 가까운 브런치 집에서 커피로 제정신을 찾는다. 아이들 이야기는 이제야 한두 마디 잠깐 나오지만 또 우리 이야기다. 엄마들 약속이 다 그렇지 뭐.


진짜 맛있던 브런치


아이, 아이 교육, 남편, 부동산, 친정과 시가, 내가 아는 어떤 집 와이프 혹은 남편, 드라마와 연예인... 이 없는 엄마들 약속의 날이 그렇게 끝났다. 엄마들 다른 약속들이 다 그러면 더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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