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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Dec 23. 2022

브런치 공모전에 떨어진 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누군 가고 누군 오고

브런치 공모전 발표날이었다. 아직 발표 전이었지만 내가 떨어졌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한 챕터 분량으로 한 권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발표 당일 아침까지 미리 연락하지 않을 리가 없을 테니 말이다.


세 번째 도전하는 브런치북 공모전이었다. 올해는 관련 영상도 처음으로 보면서 '독자를 염두에 두고'를 형광색으로 쭉쭉 표시도 했더랬다.


죽어라 나에게로만 돌아오는 글을 쓰다가 올해는 그래도 좀 '독자'를 생각했다고 믿었다. 내 발등은 믿는 도끼에 찍혔다.




발등을 문지르며 나갈 채비를 했다. 애들 방학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종업식 전에 더 놀아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한파를 뚫고 강남까지 갔다. 어째 이날 노는 사람들도 작가와 번역가였다지.


출판사에서 문자가 왔다.


"인쇄 끝나서 작가님 집으로도 책 보냈고요. 인터넷에도 다 떴어요!"


협성재단 공모전 당선으로 두 번의 멘토링까지 받으며 쓴 원고였다. 한동안 쉬지 않고 메일이 오가다가 뜸해져서 잠깐 잊고 있었다. 원래 이렇게 당일에 알려주나?


내 이름으로 된 실물책이 나온 건 처음이었다. 눈 빠지게 봤던 원고인데 책이라는 물성은 참 데면데면했다. 혹시 저 아세요? 어머, 제가 이런 단어를 쓰나요? 과거의 나님을 어떻게 하면 때릴 수 있나요... 등등




더하지도 덜하지도 못한, 딱 가진 만큼의 재주를 책에 헌납했다. 그게 누군가에게 따뜻함으로 닿길 바라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각자의 완벽함으로 충분하니 나를 볶지 말자는 이야기, 나에게 넉넉할 만큼 상냥해지면 이 한파도 괜찮을 거란 마음을 담았다.


'독자를 염두에 두고'에 그었던 형광펜이 브런치북에서는 흑백이었지만 내 책에서는 다시 칼라풀하게 살아난다. 그러니 브런치북 공모전에 떨어졌어도 괜찮아졌다. 나온 책이 팔리면 팔릴수록 더 괜찮아지겠지.




이 한파가 너무 힘드신가요.

책으로 나를 좀 데워주면 한파쯤은 가소로워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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