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음감 Nov 29. 2022

이야기를 상상하면 이렇게 된다

협업과 MBTI

오래간만에 상상력을 동원하는 글을 두 편 썼다. 하나는 슬로보핫 자매들, 하나는 프랑소와 질로다.


이름은 정확하게 있지만 서사 자체는 빈약한 이들을 보며 상상하는 이야기를 썼다. 머리 아팠지만 쓰면 쓸수록 손가락이 춤을 추는 기분이었다. 그 춤은 내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림 작가 때문이기도 했다.  


내가 쓴 글에 찰떡같은 그림을 붙여 준 그림 작가가 있다. 그림 작가와 협업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나는 어쩜 이렇게 그림 작가들을 잘 만나는지, 둘 다 매우 복덩이들이다.


내 MBTI를 아직도 모른다. 그 알파벳 4개가 놀랍도록 안 외워진다. 다만 MBTI에 정통한 친구가 내게 I와 J는 100퍼라고 장담하기에 그런가 보다 한다.   


I는 혼자를 좋아한단다. 그럼 그림작가랑 하지 말고 나 혼자 하는 게 좋아야 하지 않나. 오늘 종일 그림 작가랑 메시지로 고치느라 난리 부르스를 하는데도 다음엔 뭘 써서 얘를 꼬실까 하고 있다. 이런 건 I가 아니란다.


J는 계획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MBTI를 말해준 그 친구는 내가 약속이 생기면 메모해 놓고 정말 응급상황 아닌 이상 바꾸지 않는다며(전날 코로나 확진 같은) 확실한 J라고 했다. 마감 직전까지 미루지 않는 것 또한 J라고 했다.  


그러다 누가 보내준 만화를 봤다. J와 P를 비교했더라. 약속 시간 다 돼서 상대가 파투를 내면 J는 화나지만 P는 집에서 수리 시간이 생겨서 좋다고 한다. 어? 그럼 나 P인데? P 사고 흐름은 A-B-Z-F-K 식으로 산발적인데 반에 J 사고 흐름은 A-B-C-D-E로 정렬된다고 했다. 어? 나 또 P인데?


이래서 내 MBTI를 아직도 못 외우나 보다. 아니, 외운다한들 그게 맞는 건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 전에는 MBTI가 이야깃거리로 나오면 못 외운다는 게 좀 창피해서 시선을 피했다.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있을 거 같다.  


원고 최종 컨펌은 오소희 작가님이 하시기에 아직 끝난 건 아니다. 그간 2년 경험으로 봐서는 80프로는 끝났다고 볼 뿐이다. 그래서 원고에 붙일 프로필 사진을 만들고 내친김에 오늘 일기까지 남긴다.

내 MBTI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약속한 날짜를 지켰고 원고 펑크도 안 났다. 아름다운 저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택배가 멈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