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봐요. 회원님, 힘 빼니까 가잖아요!”라고 수영 강사가 내게 말했다.
힘 뺀 게 아니라 힘이 없었다. 98편짜리 웹툰을 하루에 끝낸 날이었다. 무료가 언제 닫힐지 모른다는 공지가 떴다. 있지도 않은 알뜰의지가 솟아나 현망진창 됐다.
지난 수영 강습에 평영 헬퍼를 뺐다. 뺐더니 가라앉기만 하고 전진이 안 됐다. 앞으로 안 가니 물에서 몇 번 버둥거리다가 그냥 걸었다. 완주 여파로 눈알은 타오르고 몸도 너무 힘들었지만 평영부터는 걷겠다는 계획적인 마음으로 수영장에 갔다.
몸아? 너 왜 그러니? 너 왜 앞으로 가니? 입술 꽉 다물고 비장한 마음으로 갔을 때는 가라앉기만 하더니 나는 오늘 걷겠다는데 왜 나를 무시하니?
내 힘으로 해보겠다고 고개 빳빳이 들고 나를 믿는 것보다 해보겠다는 다짐조차 없을 때 그냥 되어버리는 신기함, 신이 인간을 단련시키는 방법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라고 쓰려고 보니 이 무슨 90년대 부흥회 강사 대본 같은 소린가 싶은 거다. 단련은 무슨, 친구 없는 회원님이라 월수금 저녁마다 나가니 됐겠지.
내가 아무리 힘을 빼고 내려놓는다 한들, 절대적인 연습량을 채우지 않았으면 웹툰 완주 두 개를 하고 갔어도 못했을 거다. 물론 절대적인 필요 연습량은 사람마다 많이 다르다. 친구 없는 다른 회원님은 접영을 하고 있으니까. 이 부분은 DNA를 바꾸지 않는 이상 답이 없으니 열외로 치자.
계획은 처참히 무너지고 나는 평영으로만 열 바퀴를 돌았다. 강습 끝난 뒤 10분까지도 알뜰하게 다 챙겼다. 알뜰은 이래저래 사람 잡는다.
샤워를 하고 나왔다. 차갑고 나른한, 그러면서도 수영장 락스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밤공기를 맡으며 나는 눈을 감았다. 타오르는 눈알을 잠재워야 했다.
나를 갈아 넣는 알뜰 말고 실물경제의 알뜰이 필요한데 사람 잡는 알뜰만 하고 있다. 다음에는 공지 상관없이 기필코 나눠서 보리라, 힘들면 마무리 10분은 챙기지 않으리라… 하는 장담 못할 다짐만 했다. 적당한 싸늘함이 칠갑을 한 겨울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