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 둘째 임신 안정기에 들어섰을 때 물건들을 신나게 내다버렸다. 거기에 책도 있었다. 정신차려보니 집에 남은 어른 책은 성경밖에 없었다.
둘째가 태어났다. 애가 둘이면 두 배 힘든 게 아니고 4배, 8배가 힘들다는 게 뭔지 알겠더라. 거울 속 저 거대한 아줌마도 꼴보기 싫었다. 안하던 짓이 필요했다. 그게 성경읽기가 됐다.
그 때 내 인생에서 성경을 제일 많이 읽었다. 딴 건 몰라도 창세기는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혼자 읽는 성경은 창세기조차 새로웠다. 육아에 치이면서 틈새에 읽는 성경은 막장 드라마 저리가라 하게 재밌었다.
맞다. 신앙의 측면에서 읽은 성경이 아니었다. 신앙을 뺀 성경은 김순옥이 머리를 조아릴 막장이었다. 이야기 책으로의 성경을 1년정도 대차게 읽어댔다.
정보가 차단되면 삶이 단순해진다. 성경(이라 쓰고 막장) 읽느라 누가 어디가서 뭘 먹고 샀고를 모르고 살았다. 육아맘이라면 알아야 할 핫템도 몰랐다. 애한테 마이쭈 까주면서 하는 정보교환을 빙자한 엄마 수다 모임도 나간 적이 없다. 둘째라서 더 그랬을 지도 모른다.
3천년 전 이야기 속에는 내가 딱히 먹고 싶고, 사고 싶은 게 없었다. 원하는 게 없으니 그냥 관성대로 먹고 살았다. 애는 무럭무럭 크면서 모유를 힘껏 빨아대는데 나는 현미밥에 나물만 주구장창 먹었으니 살이 잘 빠졌다. 출산 후 다이어트의 결정적 시기가 수유기라는 걸 완전 인정하게 됐다.
성경 효과는 딱 1년까지였다. 1년을 그리 읽어대니 재미가 떨어졌다. 그럴 때 운명같이 열린 세상이 있었으니… 커밍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