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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Oct 11. 2023

요요없는 몸 만들기 3탄


“그래봤자 밀가루에 설탕이잖아!” 라는 말에 대한민국 식품산업을 말아먹을 뇬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제는 “연예인 다이어트 명언 같아요” 라는 말을 들었다. 같은 말을 두고도 온도 차이가 이렇게 크다. 정다운 댓글의 정석이다.

명언 뒤에 ‘자연스럽게 다음 글 요청’이 붙었다. 댓글은 몸글을 부른다. 개꿀이다.

백미와 현미를 9:1로 먹다가 현미 비중을 늘렸다. 나중에는 현미8, 백미 2까지 갔다. 현미는 하루 이상 불렸다. 물을 갈아주면서 더 불리면 발아현미까지 만들 수 있다는데 삐약이 둘을 데리고 거기까진 못하겠더라. 물론 이거보다 100배 더 중요한 게 있다. 그건 읽다보면 나올테니 뒤로가기 하지 마시라.

그렇게 지은 밥을 양껏 먹었다. 남편은 지금도 내게 쌀귀신이라고 한다. 반찬은 김치와 나물이다. 대부분의 나물은 그냥 데쳐서 소금+들기름만 했다. 종류에 따라 어울리는 레시피도 다양하겠지만 찾기 귀찮았다. 그냥 내 입맛을 단순하게 세팅하는 게 편했다.

종류불문 ‘귀찮다’가 한 번 세팅되면 천하무적이 되어 모든 걸  정지시켜 버린다. ‘안 귀찮다’로 뇌를 속이는 게 관건이다. 심심한 맛에 혀가 적응하면 맛에 대한 역치가 낮아진다. 길게 보면 인생이 편해진다.

둘째의 이유식을 시작했다. 이유식은 다양한 재료를 쓰는 게 중요하다. 어차피 하는 거 나도 먹자 싶어서 넉넉하게 했다.


원래 쓰던 압력밥솥에 밥과 재료(브로콜리, 감자, 고기, 대구살 등등)를 넣고 5분만 더 돌리면 이유식이 완성됐다. 애는 그냥 주고 나는 간장과 들기름을 뿌려 먹었다. 역치가 낮아진 입맛인지라 괜찮았다. 인생 편해지는 거 맞쥬?

커피가 없으니 디저트가 안 땡기고 술이 없으니 안주가 안 땡겼다. 커피와 술은 별 노력없이 그냥 끊었다. 모유수유할 때 ‘제정신 아님 호르몬’이 나온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한다.

처음에 말한 그 100배, 지금 나온다. ‘식단 하는 나를 긍휼히 여기지 않는 마음’이다. ‘나는 이렇게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쒀!!’ 라는 모드로 가면 필시 망한다. 사랑의 반대말이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 하지 않는가. 식단도 마찬가지다. 기본 세팅을 했으면 무관심해야 한다. 그러려면 집중할 다른 게  필요하다.

식단 조절은 식단 자체가 아니라 이 무관심이 제일 중요하다. 그럼 뭘 그리 집중했냐고? 초반에 개꿀이라는 거 못 봤는가. 내일 소재로 넘어가야 개꿀이다. 내일 만납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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