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포기하고 가을여행 가기
내년에도 가고 싶다
작년부터 연중행사로 원가족 여행을 간다. 아빠, 엄마, 나, 동생 이렇게 넷만 가는 여행이다.
작년에는 아빠 암 수술이 잘 됐다고 해서 아주 가볍게 갔다. 올해는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가는 거라 가도 되는 건가 싶었다.
예상과 다르게 아빠는 다시 청춘이었다. 침대에서 식탁까지도 못 오던 게 불과 두 달 전인데 나랑 걸음 속도가 비슷해졌다. 숙소에서 만난 다른 어르신이 울 엄빠를 동갑내기 부부로 봤다. 아빠보다 무려 여덟 살 어린 길석 님은 매우 억울해했다.
입이 다 헐어서 미음만 간신히 먹었는데 이제 못 먹는 음식이 없었다. 그래도 계속 바깥음식 사 먹기는 좀 그래서 마크로비오틱 식사가 두 번이나 제공되는 숙소를 예약했다. 그곳에서도 아빠는 진짜 잘 드셨다. 아빠 먹는 것만 봐도 내가 막 신났다.
원가족 여행을 하면 가족은 종일 붙어있으면 안 된다는 강한 믿음이 생기긴 한다. 그나마 빨리 수습되는 게 다행이면 다행이랄까..
엄마는 원가족 여행은 1년에 한 번이면 족하다 했다. 우리에게 이런 시간이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는 말은 나도 차마 못 했다. 엄마는 내년 가을에 또 가자고 했지만 나는 봄 여행을 검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