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데 돈 쓰지 맙시다
내 돈도 아닌데 세상에서 제일 아까운 돈이 있다. 책 쓰겠다고 몇 백 씩 내는 돈이다. 그야말로 창조경제이면서 눈먼 돈이다.
'그러는 너님도 <쓰고 뱉다> 마지막 책 쓰기 반 갔잖아?'라고 한다면 첫 문단을 다시 읽어라. '몇 백'이라고 했다. 쓰뱉은 말 그대로 '쓰기'가 먼저였고 수강료도 저 창조경제에 비하면 작고 귀여웠다.
창조경제에서 합평은 거의 없다. 그나마 전체 구성은 있다고 한다. 단일 꼭지를 못 쓰는데 그 꼭지의 모임인 구성은 어떻게 할지 의심스럽지만 뭐, 있다는데 믿어야지.
단일 꼭지와 전체 구성에 머리 터지는 동안 정작 '어떻게 팔까'는 안드로메다행이다. 여기서부터 망쪼 시작이다. 오로지 원고완성에 내 역량의 전부를 쏟아야 한다면 아직 책을 낼 때가 아니다.
아니, 책 하나 나오는 건 산고의 고통이라면서? 그러면 역량 전부를 쏟아야지!! 라고 반박한다면 그 말도 맞다. 원고는 최선을 다해 써야 한다. 하지만 그 최선을 하느라 '팔기'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그 최선은 매우 외로워진다.
하루키는 본인이 쓸 원고만 집중하지 '팔기'는 관심 없다잖아!라고 할 건가? 그건 하루키라서 되는 거다. 그 급을 부러워할 수는 있지만 내가 그 급을 따라 하는 건 망쪼다.
원고 완성 후에도 할 일이 너무 많은 게 출판이더라. 원고도 중요하지만 출판 전체를 보면 그저 기본값이다. 그 기본값부터 몇 백을 들이붓는 맹한 짓은 하지 말자. 원고 완성 후 마케팅에 들이붓는다면 차라리 낫겠다.
'책 쓰기를 따로 배우지 않으면 원고 완성이 안되는데?'라고 한다면 미안하지만 아직 책을 쓸 단계가 아니다. 그래도 하겠다는 의지로 책만 나오면 뭐 하냐고. 몇백 짜리 쓰레기를 혼신을 다해 만들 이유는 없다.
몇 백 정도야 껌값이지 하는 경제력이라면 부럽다. 매우 부럽다. 창조경제에 보탬이 되길 기원한다. 그거 아니라면 일단 지갑은 좀 닫자. 대신 내가 쓰고 싶은 그 책을 어떻게 팔지 고민먼저 하자. 무턱대고 그냥 쓰면 딱 내 꼴 난다. 대체 내 꼴이 뭐길래 자기 비하적인지 알고 싶다면 내일 이 시간에 커밍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