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꼭 그렇다라기보다...
지난번에 ‘(책을) 무턱대고 그냥 쓰면 딱 내 꼴 난다’라고 했다. 그럼 대체 내 꼴이 뭔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혼자만의 사랑, 아니 혼자만의 믿음으로 썼다가 마케팅에서 망했다.
모든 책은 한 가지 주제 아래 쓰인다. 그 한 가지 주제를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내가 평소에 제일 많이 하는 그거라고 했다. 내가 제일 많이 하는 건 살림이었다.
‘많이’하는 사람은 많아도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게 또 살림의 세계다. 그럼 그 ‘많은’ 사람들은 살림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없을까? 하는 반발심이 생겼다. 살림을 못해도 ‘많이’ 했으니 할 말이 있을 거야! 식의 논리가 흘렀다.
써봤더니 분량이 나오더라. 믿음은 굳세졌다. 공모전까지 붙으니 초전도체급 믿음이 됐다. 내 첫 번째 책, ‘살림 못하는 완벽주의자’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간과한 게 있었다. 못하는 이야기를 굳이 '사서' 볼 사람은 적다. 네임드 없는 사람의 '못하는' 이야기는 궁금하지도 않다. 제목이 마케팅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걸 책이 나오고 한참 후에 알았다.
어떻게 팔지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로 채운 책이 됐다. 그 말이 공모전에서는 통했으나 시장에서 통하지 않았다. 그럼 이대로 주저앉아야 하나, 거기서부턴 자존심의 영역이다. 메인을 못 뚫으면 사이드라도 뚫어야지.
실수했다고 다 죽으란 법은 그래서 없다. 그럼 어딜 뚫었냐고? 내일 커밍 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