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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Jan 25. 2024

14년간 왕따 학부모일 때 생기는 일

사회성 없는 어미가 살아남는 방법

공통점이라곤 애가 같은 학교 다닌다는 거 밖에 없는, 모르는 아줌마랑 친해지는 일은 어렵습니다. 



학부형 14년차인데 지금도 그러면 이건 분명 제 문제겠지요. 문제는 아는데 해결을 못합니다.


한동안은 맞벌이 집 애들 불러다가 밥 해먹이면서 커버쳤습니다. 그집 엄마들이 무조건 좋아하니 이건 확실하잖아요. 먹이면서 어영부영 숙제까지 다 끝내면 저는 킹정이 됩니다.



2년전에 전학 간 둘째 단짝 친구와 그집 형까지 아침 9시부터 픽업했습니다. 그대로 눈썰매장 오픈런했습니다.


이집 엄마는 운전을 못합니다. 제가 또 되게 고마운 친구 엄마가 됩니다.


10시부터 3시까지 썰매장에서 놀았습니다. 4시부터 실내 테마 파크장에서 3시간을 더 놀았고요. 불꽃처럼 놀아댄 아이들은 차에서 기절했습니다.

이집 아들 둘과 거의 10시간을 같이 있었지만 이집 엄마는 여전히 잘 모릅니다. 만나면 서로 매우 공손합니다. 이 공손함이 마음 편합니다.


이게 제 나름의 회로입니다. 애 성적, 학원 정보, 학교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엄마들은 없지만 '저번에 고마웠던 그 엄마'라는 내 포지션도 나쁘지 않습니다.



학부형으로 관계맺어 여러 삶을 끌어안으며 만드는 복닥거림은 아마 시작도 못하겠지요. 남들 다 하는 일을 못하니 나도 모르는 불이익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신 남들 안하는 회로를 만들었으니 저도 모를 이익도 있지 않을까요. 부디 불이익과 이익이 제로섬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루종일 물과 간식과 밥 배달자로 지낸 어깨 위로 올림픽대로 차량 조명들이 툭툭 떨어집니다. 이 반짝임들이 제가 만든 회로도 괜찮다는 확인도장 같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도 기운내서 흐릅니다.



https://youtu.be/jihl2CxIAvg?si=M2r4DmBoEUKqWTj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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