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사람만 키워_2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정말 햄스터가 왔다. 애 손바닥에 올려도 자리가 남을 만큼 작다. 까만 눈동자가 귀엽긴 하;;; 헙, 내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학교 갔다 온 아이는 제일 먼저 윤찌(햄스터 애칭)를 찾는다.
“엄마, 윤찌도 내 동생이야”
“엄마는 햄스터 안 낳았어”
“안 낳았어도 동생이라고!”
“동생이면 톱밥이랑 똥 좀 치우라고!”
꼭 이럴때만 대답이 없다.
윤찌는 생각보다 똑똑했다. 세 번이나 케이지를 탈출했다. 처음 탈출한 날, 아이는 나라 잃은 듯이 울었다. 윤찌야아아아, 어디갔니... 이제 널 볼 수 없으면 나는 어떡하니...
‘나야 말로 어떡하니. 나도 모르는 어느 곳을 쥐가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으악... 딸아. 엄마랑 같이 울까’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다 학교에 가면 윤찌는 슬그머니 내 앞에 나타났다. 플라스틱 통을 엎어서 잡았다가, 고무장갑 끼고 잡았다가 세 번째는 그냥 잡아서 넣었다.
윤찌가 우리 집에 온지 1년이 넘었다. 그 사이에 코로나가 터졌고 애들과 기약 없는 집콕 라이프가 시작됐다. 햄스터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케이지가 세탁실까지 밀려났다.
나는 유(튜브)모에게 애들을 맡기고 30분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5분 뛰었을까, 전화가 왔다.
“어어어엄마아아아아, 으흐흐흑” 큰 아이가 통곡을 한다. 뒤에서 작은 아이도 우는 소리가 들린다. 순간적으로 발이 땅 밑까지 쑤욱 꺼진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사고났어? 울지 말고 말해봐”
“유우우윤찌가.... 죽었어... 몸이 뻣뻣해. 윤찌야아아아아. 엄마아아아아”
“엄마 금방 올라갈게. 잠깐 기다려.”
사고는 아니다. 땅밑으로 꺼졌던 발이 다시 올라왔다. 엘리베이터에서도 애들의 통곡소리가 들린다. 얘들아, 엄마 아동학대범으로 신고 당하겠어.
윤찌 털은 여전히 부드럽다. 등에 손가락을 올리면 느껴졌던 리드미컬한 척추뼈가 뻣뻣하다. 네 다리를 앞으로 나란히 뻗은채 움직임이 없다. 애들의 울음은 더 커진다.
재빨리 검색한다. 애완동물의 사체는 원칙적으로 종량제 봉투에 넣어...아이고. 이거 말했다가는 한 시간은 더 울겠다. 좀 있으면 저녁준비 할 시간이다. 빨리 정리해야된다.
"뒷산 올라가서 무덤 만들어줄까?"
산까지 가는길에 울고, 땅 파면서 울고, 흙 뿌리면서 운다. 잘 들여다보지도 않더니 마음은 그게 아니었나보다. 흙 덮어줄때는 나도 좀 울컥한다. 습한 여름바람이 나와 아이들 사이를 훅 지나간다. 바람에 윤찌 냄새가 실려오는 것 같다.
무덤 만들고 내려오는 길, 둘째가 쉰목소리로 촉촉한 눈으로 말한다.
아이스크림 사러 갈까?
침울해 있던 첫째가 갑자기 반짝, 고개를 든다. 퉁퉁 부은 눈으로 말한다.
난 초코 빵빠레!
응? 얘들아. 엄만 이제 좀 울기 시작했는데...
쿵짝 맞은 남매가 아이스크림 할인점으로 뛰어간다. 음, 회복탄력성이 좋은거라고 하자.
그 뒤로 몇 번 윤찌에게 간식 갖다주러 산을 올랐다. 집에 남은 간식이 바닥날 무렵, 새로운 햄스터 동생을 다시 들였다. 얘 이름은 땅콩이래나.
엄마는 사람만 키운다고.
아니, 사람도 제대로 키우는지 모르겠다고!!!!
내 말 들리니?
아무도 듣지 않는 내 목소리만 땅콩이 새집에 부딪혀 내게 돌아오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