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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꼬 Feb 16. 2022

대기업 공채가 들려주는 영국 유학 이야기

4장 도전의 결과

Chapter 53. 면접 준비

여느 때와 같이 아침에 일어났는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좋아서 긍정적이 된 건지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기분이 좋은 건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무언가 희망적인 생각들로 가득했다. 맹장 수술 후 마지막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가는 길도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미 11월로 접어든 시점이었는데도 다시 봄이 온 것 마냥 기분이 좋았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내 눈앞을 날아다니던 모기 한 마리가 마치 피터이 데리고 다니는 팅커벨처럼 보일 정도로 내 마음은 가벼웠고 실실 웃음이 났다. 드디어 정신이 나간 걸까? 


사실 이날은 C인·적성검사 결과 발표가 있는 날이었는데, 전날 저녁에 잠자리에 들면서 혼잣말로

'될 거야. 되겠지. 됐네! 붙었어! 축하해!'

라고 주문을 외우며 기분 좋게 잠이 들었더랬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취업이라는 문턱에서 좌절만을 맛보았기 때문인지,  특유의 유쾌함은 온데간데없었다. 누군가와 신나게 웃고 떠들며 스트레스를 풀어야 다시 좀 돌아올 텐데 그럴만한 친구도 없었으니 더욱 그랬다. 유쾌함이 사라지고 초조함만 가득한 나에게서 부정의 기운 풍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동안 이런 나 자신이 싫었던 터라, 이날 하루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긍정적인 생각만 하자고 다짐했다. 사실상 대기업 공채의 마지막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낙방하면 대기업 취업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왔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일어나는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다.


병원에서 돌아온 나는 기분 좋게 컴퓨터를 켜고 콧노래를 부르며 옷을 갈아입었다. 여전히 심장은 두근거리고 있었지만 애써 침착한 척

'붙었겠지~'

하며 이메일을 열었다. C로부 한 통의 메일이 와 있었다.

'뭐? 정말?'

결과는 합격이었다.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말도 안 돼. 내가 붙었다고? 악!!!'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포효한 나는 기분이 날아갈 듯 기뻤다. 그날의 긍정이 나에게 기적을 일으킨 것만 같아 더없이 신기하고 기뻤다. 당장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합격 사실을 알리고 전화를 붙잡고 방방 뛰기 시작했다. 아직 최종 합격한 것도 아니었는데 최종 합격 통지를 받은 것처럼 기쁨이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다. 수십 차례 서류 전형에서 낙방으니 이 한 걸음이 얼마나 대단한 한 걸음으로 느껴졌겠는가!


어렵게 잡은 면접의 기회를 잃고 싶지 않았다. 이제부터가 진짜 싸움이라는 생각과 함께 준비에 들어갔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메일에 나와 있는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정독했다. 토시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같은 글을 수십 번도 더 읽은 듯하다. 누가 봤다면 수능시험 언어영역 문제라도 푸는 줄 알았겠다. 아니면 난독증이던가.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C사 면접 스터디를 찾아보았다. 나처럼 서류 전형에 합격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있었다. 그중에 시간이 맞는 한 팀을 선택해 참석하기로 했다. 스터디 모임에 참석하기 전, 서점에 들러 면접과 관련된 책을 한 권 사서 읽은 후 모임에 참석했다. 총 6명의 학생들이 모여 있었는데 모두 나보다 적게는 두세 살, 많게는 대여섯 살은 어린 친구들이었다. 어린 나이에도 치열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솔직히 조금 놀랐다.


스터디에 참석한 것은 적지 않 도움이 됐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지낸 탓에 최신 면접 경향이나 트렌드에 대해 아는 바가 전무했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면접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중요해 보였다. 게다가 지원하는 기업의 인재상에 따라 면접 질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서로 공유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현재 대학에 다니고 있거나, 최근에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유학파 왕따인 나보다는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이미 가지고 있었고 이미 C에 취업한 선후배 혹은 동기들도 많아서 그들로부터 면접시험 족보를 포함한 유용한 정보를 어려움 없이 구할 수 있었다. 과거 면접에 출제된 질문 유형과 그에 어울리는 대답을 미리 연습해 보는 것이 당연히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이 또한 대한민국 시험의 일종인지라 정답이 정해져 있다는 것인데, 시험이라는 제도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정작 입사 후 주변을 보니 시험을 잘 본다고 일을 잘하 않더라. 험은 시험일 뿐이다. 이렇게라도 나를 위로해야 자괴감이 덜 들 것 같다.


스터디를 통해서 파악한 C의 면접은 2차에 걸쳐 진행되는데, 1차는 토론 면접으로 지원자들 5~6명이 두 개의 조로 나뉘어 서로 상반되는 의견을 가지고 토론을 펼치는 방식이었고, 2차 면접은 3명의 면접관들이 한 명의 지원자를 심도 있게 검증하는 방식이었다. 요즘 면접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어려워져서 이 정도교수준이지만, 당시 이 면접에 임하는 지원자들의 노력과 열정만큼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시로 바뀌는 면접의 동향을 파악해서 그에 맞는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은 비단 나를 포장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회사에서 나에 대해 궁금한 부분을 정확하게 전달해서 그들이 나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정도의 열정 없이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이 정도의 열정도 없이 그저 합격 통보만 기다리는 사람은 없다.


스터디에 참석하기 전 읽은 '면접의 기술'(2009, 정동수, 백승우)이라는 책에서 면접의 실질적 기술과 화법에 대해 이야기 하였는데 나는 그 방식이 나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됐다. 책의 핵심 내용을 적어본다.


1. 말하듯이 말하라: 면접자들이 긴장한 탓에 딱딱한 말투를 하게 되면 듣는 사람에게 그 경직됨은 그대로 전달된다. 면접관들에게 자신감 있는 인상을 주고자 한다면 평소 말하듯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2. 일상에서 면접을 보라: 면접에 들어가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낼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순발력이 좋아서 임기응변을 하는 것은 좋지만 전혀 있지 않은 일을 지어내는 것은 더 큰 모순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나오게 될 질문에 대한 대답을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실제 면접에 대한 모의고사로 아주 훌륭하다.


3.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자신의 대답으로 유도하라: 면접관의 질문이 아주 난처하고 까다로울 수 있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질문의 의도를 파악한다면 질문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면접관이 해외여행이나 유학에 대해 질문을 했다고 하면, 그 의도는 분명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도전정신을 물어보는 것이다. 본인이 여행을 좋아하지 않고 도전을 즐기지 않는다고 해서

"저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라고 대답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렇게 전혀 자신과 상관 없는 내용을 질문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경험으로 화재를 전환해내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위와 같은 질문이라면,

"여행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전과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는데요, 저는 평소 꾸준한 독서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많은 도전을 즐기는 편입니다. 불확실한 현대 사회에서 도전은 아주 중요한 가치 중에 하나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도로 대답할 수 있다. 지원한 직무나 기업 이념에 따라 당락이 엇갈릴 수는 있지만 이 정도의 대답이라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그들이 빠른 판단을 내리는 것을 도와줄 것이다.


4. 스팩 대신 경험을 이야기 하라: 다양한 경험으로 다양한 당신이 만들어졌다. 자신의 출신이나 자신의 성장 배경에 대해서 이야기하보다 자신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으로 당신을 설명할 수 있다. 경험은 ‘사회’라는 연속적 위기 극복 과정의 가장 완벽한 모범 답안을 제시한다. 당신의 집안, 학벌, 출신 등은 이미 당신이 적어놓은 이력서를 통해 모두 알 수 있다. 수 많은 비슷한 사람들 중에 당신을 부각시키고자 한다면 당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라. 그렇게 하기 위해 우선 많은 경험을 저지르도록 하자.


스터디에 참석해서 얻게 된 면접 족보를 참고하고 책에서 조언해  대로 질문에 대한 답을 만들고 구성원들 모의 면접을 진행했다. 그들 중에 가장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은(말하자면 리더 같은) 한 학생은 나의 면접 방식이 다소 부자연스럽다고 지적는데, 평상시 말투와 같은 화술이 면접관들에게 건방져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정형적으로 대답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자신감 있고 유창해 보이는 말투는 자칫하면 상대방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 그렇다고  말 방식을 바꿀 것은 아니고 대신 오버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기로 했다. 주둥이 하나로 동서양을 오가며 수많은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든 말빨 있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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