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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꼬 Feb 18. 2022

대기업 공채가 들려주는 영국 유학 이야기

4장 도전의 결과

Chapter 55. Dream 말고 Vision

길고도 험난했던 유학 생활과 취업 준비 어느새 끝나고 이내 나는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제출했던 논문이 한 번에 통과되지 않아 다시 제출해야 했지만 졸업 일정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취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논문의 형식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교수님의 피드백대로 내용의 일부를 수정 보완하고 번에 논문을 통과시킨 영옥이 누나에게 조언을 받아 양식을 새로 고쳐 제출했다. 입사 후 1년 동안 마련된 매장 실습 기간에 논문까지 신경 써야 했지만 처음부터 다시 작성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큰 부담은 아니었다. 두 번째 제출이었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지만 마침내 논문은 통과되었고 그 해 8월 졸업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신입사원의 시간은 아주 길면서도 빠르게 흘러간다.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매니저로 일할 때도, 그 후 전략기획팀에서 일할 때도, 신입사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신입사원의 기본 소양인 어리리함으로 여기저기서 치이고 무시당하는 일이 나라서 특히 많았던 것은 아 스스로를 위로한다. 몇몇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긴 했지만, 그들이 다른 것일 뿐 내가 모자라서 그런 건 절대 아닐 거다. 그렇다고 좀 해주자. 이 시에 나 자신의 능력에 실망하고 한탄한 적이 많았다. 회사의 쟁쟁한 선배들처럼  몫을 하고 싶어 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걸음마 시작한 아이가 뛰고 싶어 넘어지는 격이다. 하지만 이런 시간은 금 흘러간다. 시간이 지나고 신입 딱지가 떼어지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특히나 후배를 받으면 이를 가장 실감하게 된다. 나보다도 어리리한 누군가를 가르쳐주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자리를 찾아가게 된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회사에 입사해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회사가 거금을 들여 당신을 뽑은 데는 이유가 있다. 지금 당장은 당신이 제 몫을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언젠가 시간이 되면 당신이 가진 진가를 발휘할 때가 온다. 그렇지 않다면 인사팀에서 먼저 연락이 갔을 거다.


채용 면 뼈를 묻어 일하겠다고 생각했겠지만, 막상 회사에 들어면 생각은 바뀐다. 자신의 회사에 만족하는 사람의 비중이 1%도 되지 않는다 하지 않는가! 그러니 너무 초조해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입사를 하면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말이 실감 나게 될 것이다. 쥐꼬리만 한 월급과 밤낮 없는 근무시간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취업의 과정보다 더 내 삶의 격을 떨어트리기 십상이다. 게다가 무슨 일을 하느냐 보다 누구와 일하느냐가 중요할 정도로 사람과의 관계는 풀기 어려운 숙제와 같다. 서 다들 그렇게 회사 생활에 답이 없다고 이야기하는가 보다. '취업만 하'라는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직이 답이다'로 바뀔 수 있다. 이직을 해도 답은 없다는 걸 모른 채 말이다. 항상 꿈꾸는 이상은 아름답지만 직면한 현실을 냉혹하다. 꿈을 꾸고 꿈을 좇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바람직한 일이지만 꿈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해두면 좋겠다.


준비가 덜 되면 덜 될수록 더 그렇다. 준비 없이 꿈을 좇으면 결국 더 냉혹하고 더 어려운 현실을 더 빨리, 더 세게 맞닥뜨릴 뿐이다. 손가락 하나로 때리는 딱밤이라도 준비 없이 맞으면 많이 아프다. 부족한 경험과 부족한 실력으로는 결국 자신의 기준에 부족한 직장을 구할 수밖에 없다. 부족한 직장이라면 (설령 그 기업이 국내 유수의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업무의 영역도, 받는 보수도, 업무의 방식도, 구성원과의 관계도 심지어 회사를 오가는 행위마저도 부담으로 다가다. 부족한 직장일수록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에 현실은 더 참혹하고 비참할 수 있다.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릴지라도 촘촘하게 준비하기를 바란다. 자신이 목표로 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준비와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운이 좋아서 남들보다 좋은 회사에 들어간 사람은 없다. 좋은 직장, 좋은 직업을 구한 사람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준비가 되었다고 봐야 합리적일 것이다. 당신이 목표로 하는 에 어울리는 준비를 지금부터 차근차근 해나가길 바란다.


일단 직장이라는 현실로 들어왔다면 다른 꿈을 갖자. 여기서 꿈은 Dream이 아니라 Vision이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비전을 갖기 마련인데, 저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종종 후배들에게 두 가지 비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하나는 지금 있는 위치서의 비전이고, 다른 하나는 나라는 사람의 최종 목표이다. 지금 위치에서의 비전은 결국 회사에서의 비전이다. 회사에서의 비전은 입사 초기부터 유럽 법인장이었다. 나는 이 비전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다녔고, 내가 밟게 되는 모든 커리어는 유럽 법인장을 위해 가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자신의 비전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는 것은 사실 매우 도움이 되는데, 비전과 관련된 업무의 기회가 있을 때 회사가 나를 고려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비전을 가진 경쟁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나의 비전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것을 권한다. 더 강한 의지를 보이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가능성이 크다. 가능성이 큰 것이지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하진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걸 보면 말이다.


개인적인 비전 또한 반드시 세워 놓아야 한다. 내가 추구하는 궁극적 나의 모습이 훌륭한 엄마인지, 아니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같이 정치인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기업의 CEO 인지, 이를 명확히 해둔다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실수를 범할 확률을 줄여줄 수 있다. 앞서 잠시 설명한 것처럼 나 개인적 비전은 지역 전문가다. 특정 지역에 대한 정부의 정책을 수립할 때 주재원이나 법인장을 경험한 기업인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해당 지역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의 현실적 조언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지역 전문가는 또 하나의 외교관이나 다름이 없다. 나는 개인의 목표를 바로 이 지역 전문가로 정했고 유럽 법인장은 이를 위한 중간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마 수년 내에 유럽 법인장이 되지 못하면 개인적 목표를 수정해야 할 것이다. 젠장. 아무튼 이렇게 개인적인 목표를 정해둔다면 중요한 의사결정의 이정표 역할을 해줄 것이다.


목표는 구체적일수록 좋지만, 과정 구체적으로 계획하지는 말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옛말이 있다. 오히려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계해버리 결국 목표와 더 멀어지는 일 생길 수 있다. 목표를 달성한 몇몇 선배들 보면, 결국 목표는 이루었지만 그 과정은 전혀 예상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고 했다. 스스로의 비전을 가진 후 이를 타으로 정진하되 상황에 따라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면 어느샌가 목표로 세운 비전을 달성해 있더라는 것이다. 반면 과정을 구체적으로 세워두면 그 과정이 내 예상과 다를  실망하고 낙심해서 비전 자체를 잃어버리는 수가 있다. 지금 스스로 비전을 확실하게 세두었다면 그것으로 됐다. 과정은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그 모습이 되어있을 것이다. 한번 비전을 세워 달려본 사람이라면 설령 처음의 비전을 잃었다고 해도 또 다른 비전을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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