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스와 말라깽이 고양이

by 촛불 맨드라미

‘탁탁탁탁’, ‘쿵쿵쿵쿵’

호박을 써는 경쾌한 소리와 사료를 빻는 둔탁한 소리

내 친구 영민이가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업스’의 아침 식사를 챙기는 일이다.

수의사가 비만인 업스에게 특단의 조치를 내렸단다. 약간의 생선과 잘게 부순 사료에 호박을 얇고 작게 썰어 같이 먹이라는 것이었다. 하루치 먹을 분량을 그렇게 만들어 여러 차례 나누어 주라는 것. 살도 빼고 식욕도 어느 정도 채워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녀석은 먹성이 좋아 돌아서면 먹을 걸 달라고 시위를 한단다. 자신의 사료가 들어있는 수납장 바로 앞에 엎드려 가족들을 바라보며 계속 우는 것이다.


‘업스! 아이고, 우리 아기 배고파? 알았어. 지금 준비해 줄게.’

모른척하던 영민이는 결국 업스를 쓰다듬으며 달래준 뒤 음식을 준비했다.

업스는 야옹거리면서 영민이 주변을 빙빙 돌며 빨리 달라고 채근을 했다. 하는 짓이 영락없는 아기의 모습이다.


음식을 다 먹고 난 뒤 곧바로 문 앞으로 가 울어댔다. 문을 열어주니 잽싸게 나가 버렸다.

한참 동안 동네를 휘젓고 다니다가 배가 고파서인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음식을 청했다.

처음 이사 와서는 그 동네 고양이들 세계를 평정한 모양인지 다른 집고양이들의 먹이도 다 빼앗아 먹었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은 업스가 나타나기만 하면 쫓아버리고 나중엔 음식을 아예 집안으로 다 거두어들였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해지면서 영민이는 집집마다 돌며 사죄를 했단다. 집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려고도 해봤지만 야생성의 고양이를 집안에 가두어 둘 수 없어 무척 난감했다고 한다. 그렇게 한동안 시련을 겪고 난 덕분인지 이젠 시장해지면 순순히 다시 집으로 돌아온단다. 비가 오거나 밤이 되면 거실 창가에 있는 캣 타워에 앉아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고 한다.


업스의 나이는 11살

10여 년 전 영민이 남편의 생일날, 시부모님, 시동생, 시누이 가족들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날 분주하게 외출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고양이가 자지러지게 울어댔다. 달려가 보았더니 높은 수납장 위에서 떨어져 심하게 다쳤는지 일어나지도 못했다. 부리나케 병원으로 데리고 가 응급 수술을 받았고 가족들의 지극 정성으로 서서히 나았다. 남편의 생일날, 남편 대신 다쳐 액땜을 해준 것 같아 더 소중히 돌보고 있단다. 그녀는 대놓고 업스를 막내아들이라고 했다.


사랑받는 업스를 보면서 우리 집에 자주 오는 길고양이인 말라깽이가 수시로 떠올랐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업스의 황금빛 털과 통통한 몸집, 여기저기 듬성듬성 빠진 말라깽이의 거친 털과 말라빠진 몸집이 교차되면서 마음이 짠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태어난 환경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이 어찌 이렇게 다른지.....


유난히 눈이 많이 오고 추웠던 이번 겨울, 말라깽이는 무사히 잘 견뎌 냈을까?


편안한 안식처에서 사랑받고 있지만 자유를 구속당하는 업스와 양식과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지만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말라깽이! 야생성을 지닌 고양이로서 누가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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