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여행기 II

by 촛불 맨드라미

아크로폴리스 기슭에서 기원전 6세기에 건설된 그리스 최고(最古)의 야외극장인 디오니소스 극장을 만났다.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에게 바쳐진 원형 극장으로 디오니소스 축제 동안 연극 무대가 되었던 곳이다. 오래전 ‘꽃보다 할배‘ 프로그램에서 신구 선생님이 디오니소스 극장을 둘러보면서 감격해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평생 연기를 하던 분이라 연극의 발원지인 이곳을 직접 밟아본 감동에서였을까? 아님, 애주가라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를 숭배하는 마음에서였을까?


20250306_114519-1.jpg 디오니소스 극장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1.jpg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


조금 더 올라가니 약 오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이 나왔다. 기원전 161년에 완공된 로마시대 공연장으로 오늘날도 음악회가 열린다고 한다. 그리스의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엘튼 존, 우리나라의 조수미도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여기서 공연을 했다고 한다. 그들의 공연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아름다운 선율이 귓가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아크로폴리스는 높은 언덕에 있는 도시라는 의미로 방어용 성채이면서 신들의 공간이다. 신과 인간의 영역을 구분하는 아크로폴리스 입구 문인 프로필라이아를 지나 파르테논 신전으로 향했다. 가지런히 늘어선 거대한 기둥들의 웅장한 규모에 압도당했고 단순하면서도 위엄 있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이 건물은 유네스코의 상징 마크로 사용되며, 기원전 5세기에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나에게 바쳐진 도리스식 신전이다.


기둥의 가운데를 볼록하게 만들고 바깥쪽 기둥의 상부를 안쪽으로 약간 기울여 안정감을 주었단다. 또 바깥쪽 기둥을 약간 두껍게 만들고 간격도 안쪽 기둥보다 좁게 만들어 착시현상을 보완하였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비잔틴제국의 교회, 오스만 제국의 모스크, 무기고로 사용되다가 1687년 베네치아 군의 포격으로 화약이 폭발해 건물 중심부가 파괴되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건축과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이 신전의 지붕은 없고 기둥만 남아 있는 모습이 무척 안타까웠다.


파르테논 신전을 지나 그리스 국기가 펄럭이는 아크로폴리스 전망대로 갔다. 아테네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이천오백여 년 전에 이렇게 웅장한 성채와 건축물, 도시를 이루며 살았던 고대 아테네 도시 국가가 놀랍기만 했다.


아크로폴리스 아래 아레오파고스 언덕은 귀족 회의가 열린 곳으로, 사도 바오로가 아테네 시민들에게 복음을 전한 곳이기도 하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는 동판이 세워져 있는데, 사도행전 일부가 그리스어로 새겨져 있다. 바오로 사도가 아테네에서 선교하는 부분이다. 온갖 고난과 위험을 무릅쓰고 선교 여행을 다녔던 바오로 사도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면서 감격스러웠다. 이방인들의 사도인 바오로 덕분에 오늘날 나도 주님을 따르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파르테논 신전1.jpg 파르테논 신전


아레오파고스 언덕.jpg 아레오파고스 언덕


신의 공간에서 멀어지면서 점점 인간의 공간으로 내려왔다. 로만 아고라는 1세기에 지어진 정치와 공공 생활의 중심지이다, 카이사르가 아테나 여신에게 바쳤던 아르케제티스의 문과 바람의 탑이 있고, 대리석 기둥들과 상점들로 둘러싸인 광장과 분수, 공중 화장실 터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바람의 탑은 팔각형 건물로, 윗부분에 각 방향을 관장하는 신이 부조로 조각되어 있다. 풍향계와, 해시계, 물시계 구실을 했으며, 세계 최초의 기상 관측소로 간주된다고 한다. 번성했을 때의 영광을 뒤로하고 넓은 터에 건물과 기둥들의 잔해로 가득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짠했다. 한창 혈기 왕성하다가 세상 풍파를 겪으면서 점차 쇠해가는 우리네 인생살이와 어쩜 그리 꼭 닮았는지....


로만 아고라1.jpg 로만 아고라


아탈로스 스토아1.jpg 아탈로스 스토아


아탈로스 스토아는 기원전 159년에 고대 아고라에 세운 대형 회랑 건물이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거래하던 상점과 사무공간으로, ‘stoa'가 ’store'의 어원이라고 한다. 민주 정치의 대표 장소로 남자들이 모여 토론을 하면서 정치적 소통을 했단다. 록펠러 재단의 지원으로 고대 그리스 유적 중 가장 완벽하게 복원된 건축물이라고 한다. 현재는 아고라 발굴 과정에서 발견된 조각상이나 도자기 등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전시되어 있는 도자기 파편들은 민주주의의 상징인 ‘도편추방제'에 사용된 것으로, 독재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도자기 조각에 적어내 기준치 이상의 표를 받으면 10년간 해외로 추방시키는 제도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있었다면 국민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편안히 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날 아테네학당으로 갔다. 구호를 외치면서 넓은 차도를 가득 메우고 걸어오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꽤나 긴 행렬이었다. 연일 계속되는 데모와 최루탄의 폭발음, 매캐한 냄새와 따가운 눈, 최루탄 흔적을 지우느라 밤새 붕붕거리는 자동차 소리. 국회의사당 앞 신타그마 광장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온통 낙서된 낙후된 건물,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작가 호메로스, 서양철학의 근간이 되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집트와 아시아까지 영토를 확장했던 알렉산드로스 대왕,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 등의 현자들의 나라였던 그리스의 오늘의 현실을 마주하면서 마음이 착잡했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 고대 문화를 꽃피웠던 그리스의 영광을 되찾을 수는 없는 것인지.....


아테네 유적지를 살펴보면서 과거의 ‘서양 문명의 꽃‘다운 면모에 감탄을 연발했다. 피곤함도 잊은 채 아테네의 오랜 역사와 신화적 유산을 만나 보았다. 한국인들은 해외 관광을 와서 중노동만 하고 간다는 말이 떠올라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휴식과 쉼과는 거리가 먼 나 역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고 싶은 찐 한국인으로서 알찬 일정을 보냈기 때문이다.


주:

1. 아고라 :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에서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던 공공의 광장

2. 도리아식 : 가장 오래된 양식으로 기둥의 윗부분이 단순하며 남성적인 느낌

3. 이오니아식: 소용돌이 모양으로 말린 것이 대칭형을 이루며, 우아하고 여성적인 느낌

4. 코린트식 : 가장 늦게 발달한 양식으로,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아칸서스 잎을 묶어서 두른 모양이며

화려함


참고: -위키 백과사전

-마이 퍼스트 가이드(오디오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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