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메일 계정을 턴 지구 어딘가의 누구씨덕에 나는 수습, 수습_수정, 수습_수정2, 수습_최종, 수습_진짜최종 대략 이런 상태로 며칠을 보낸다. 빡침은 기본.
왜냐면 비밀번호 변경 알림 메일이 온갖 군데서 날아왔기 때문이다. 과거의 내가 가입해둔 사이트가 디지게 많았나 봄.
아무튼 탈취한 내 카드정보로 쇼핑을 즐긴 건은 쇼핑몰과 카드사 양쪽 모두 걱정하지 마 기다려라는 답만 반복했다. 특히나 쇼핑몰 고객센터 관리자는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가 제대로 처리하고 있어. 라고 나를 계속 안심시켰는데 글쎄요. 본 계정 돌려달라는 거 2~3일 기다려보라더니 답신 없어서 재요청하니까 안 된다고 새 메일 주소로 연동해준다고 그러고 또 기다리라고 함. (아직도 기다리는 중. 매일매일 어떻게 되고 있냐고 물어보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 팀이 지금 해결하고 있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줘. 우리를 믿어. 이 지랄뿐.)
거기다 난 한국어 지원 안 되는 줄 알고 영어로 겁나 번역기 도움받아가며 쏼라쏼라 했더니 나중에 재요청할 때 보니까 한국어 지원이 가능했고 그 다음번에 내가 아예 내가 한국어 상담 요청을 하니까 갑자기 스페인어 담당 직원을 데려옴
하...
빡침은 이제 정도를 벗어나 보안 강화 안 한 내가 등신 똘추지 하는 수준이 됨.
그러는 사이 카드사로도 매입이 잡혀서 이거 카드사 자체 취소 안되냐니까 권한이 없다고 쇼핑몰로 취소 요청을 한 상태면 기다려 보다가 따로 분쟁신청을 해야 한다고...ㅅㅂ
카드 취소건은 기다리는 것 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나는 이제 수습을 한다.
바로 사이트 탈퇴.
한국 사이트는 탈퇴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꼭꼭 숨겨 놓긴 했지만, 깨알 같은 글씨로 저 밑 구석 어딘가 처박아둔 탈퇴 버튼을 찾을 수 있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외국 사이트라면?
대개 비활성화 버튼도 없고 계정 삭제를 원하면
Hello~ I want to delete my account. because 블라블라~
이렇게 먹먹문 써서 고객센터로 직접 이메일을 보내거나 사이트 자체에서 작성하게 만든 요청 카드를 보내야 한다. 그러면 가입 이메일 주소와 이름을 확인하는데 메일을 주고받는 것도 힘들어서 나중에는 그냥 아예 내 어카운트 이거고 이름 뭐야~ 하고 다 써서 보냈다. 더 빡치는 점은 그냥 간단하게 이메일만 넣고 가입할 수 있는 사이트가 많아서 내가 나중에 등록하려고 계정정보에 이름을 안 넣거나 대충 써넣은 곳은 정보가 달라서 안 됨. 이라는 답신이 와서 계정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어카운트 삭제 요청을 다시 하는 짓을 몇 번 했다.
그렇게 요청을 하면 보통 수 시간 or 1~2일 내로 비활성화 안내 메일을 주기 때문에 빨리빨리의 한국인은 그럭저럭 고구마 3에 사이다 1 비율로 수습을 할 수 있었다. 해킹된 메일은 거의 직구 관련 용도로 썼기 때문에 전부 다 해외 계정이어서 진짜 스트레스가 엄청났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러고도 또 남은 최종 수습.
그렇게 계정 삭제를 진행하는 도중 나는 연속해서 몇 번이나 하이가 이용하는 게임사로부터 비밀번호 변경 안내 메일을 받는다. 이거 내가 요청한 건가? 싶어서 그냥 뒀는데 뭔가 이상한 거다.
어? 너무 많은데. 애는 학교에 있는데?
그리고 하이는 평일에 게임 금지다.
하... 이 새끼가...
게임 계정을 털기 시작한 것이다. 게임, OTT 계정까지는 진짜 생각도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보통 자동결제를 많이 하는 게 이 두 가지라는 걸 정말 바보같이 늦게 깨달았다.
가입한 ott는 또 왜 이렇게 많은지... 게임은 또 어떻고... 스팀, 닌텐도, 넥슨 등등...
비밀번호를 바꿨는데도 계속 변경 시도를 하길래 아예 메일 주소를 다 바꿔버리고 카드 등록 정보를 없애버렸다.
자동 결제 개꿀이라며 요즘 너무 편리해졌다고 이용하던 게 이제 와서 독이 된 것이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열흘쯤 됐나
매일매일 카드사/쇼핑몰로 확인을 해서 그랬나 드디어 카드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취소 접수 됐다고.
그래서 나는 잃어버린 계정은 영영 다시 찾을 수 없을 것 같았으니 고객센터와의 연락용으로 새로 판 계정을 삭제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지만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이번 일로 깨달은 게 많으니 앞으로는 비밀번호도 주기적으로 바꾸고 좀 경각심을 가져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