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엄마
너 나한테 뭐 삐졌니?
엄마와 거리 두기를 결심하고 그 주에는 전화도 방문도 하지 않았다. 평소엔 찾지도 않으면서 이번 주말엔 어떻게 아무도 없다고 전화한 엄만 대뜸 내게 뭐 삐진 게 있냐고 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거냐, 일신상의 걱정이 아닌 그 물음은 너무나 내 엄마 다워서 웃음이 났다.
엄마는 상처 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서는 속상해하는 사람에게 삐졌냐는 말로 순식간에 당사자를 속좁고 예민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날 이래서 사실 기분이 나빴다. 이야기했을 때 되돌아올 엄마의 대답은 뻔했다. 기억이 안 나지만 내가 그랬으면 미안하다. 근데 그것 때문에 삐져서 전화도 안 한 거야? 너한텐 무슨 말을 못 하겠다.
나를 옹졸한 사람으로 만들고 내게 죄책감을 주겠지.
나는 그냥 아니라며 아무 일 없다고 대답하고 서둘러 통화를 마무리지었다.
어떻게 보면 수동 공격인 셈이었다.
하지만 이게 내 최선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맞설 의지도 없고 엄마는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살기 위해 엄마와 거리를 둬야 한다.
엄마는 나스시시스트 부모가 가지는 특징을 가졌다.
공감 결여,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지적, 조건적 사랑과 차별, 자식을 트로피쯤으로 여기고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던 것은 나도 그런 엄마가 될까 봐였다.
아직도 나는 아이를 혼낼 때마다 이게 제대로 된 훈육인지 내 감정 배출인지 너무 혼란스럽다. 떼쓰는 아이를 훈육하면서 자기혐오가 밀려와 운 적도 있다.
엄마 같은 엄마가 되지 않으려고 있는 힘껏 발버둥을 친다.
피의 흔적을 대물림하지 않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