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정규앨범을 CD로?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션들이 '앨범'을 내는 이유는 뭘까?

by 이성수

음악산업계 또는 시장의 기준과 별개로 뮤지션에게 앨범이란?

앨범은 제목, 곧 '앨범 타이틀'을 달고 세상에 나온다. '타이틀'은 앨범의 콘셉트 또는 주제 등 앨범 내의 수록된 곡들을 어떤 식으로도 대표한다. 물론 수록곡 들은 각각의 개성이 있고, 스타일이 있고, 주제도 소재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타이틀을 가진 앨범에 함께 수록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맥락 속에 있어야 할 것이다.

그냥 무작위로 만든 곡들을 무작위로 배치한다고 '앨범'이 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책을 예로 들어보자. 소설처럼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가듯 전체를 구성하는 앨범도 있고, 시집처럼 여러 시들을 엮어 만드는 앨범도 있다. 여러 작가들의 단편을 모아 만든 단편선집은 음악에서는 컴필레이션 앨범과 유사한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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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도래하면서 대부분 '앨범' 단위보다 '디지털 싱글'이라는 하나의 음원 단위로 음악을 발표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그 자체를 문제로 봐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본다. 어쩌면 창작자 입장에서도 앨범을 구성하기 위해 1년이고 2년이고 곡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가다 어느 순간 스스로 지쳐버리는 장기전으로 돌입하는 것보다는, 하나씩 바로바로 세상에 내놓으면서 빠르게 치고 나가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앨범 단위로 만드는 이유는 (물론, 사람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앨범'을 통해서만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시를 한편 씩 발표하지 않고 시집으로 내는 경우나, 소설을 챕터별로 내놓지 않고 하나의 완성된 소설로 발표하는 것과 비슷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


'앨범'이라는 것은 전체를 시작부터 끝까지 들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감성과 이야기가 있다. 듣는 순서도 첫 번째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구성된 트랙 순서대로 들었을 때 100% 그 앨범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다.


내가 하고 있는 밴드 해리빅버튼의 정규 3집 <빅피쉬 Big Fish>는 10편의 각각 다른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수록된 각각의 곡들은 주제도 소재도 감성도 다르지만,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바로 '인간성의 회복'에 대한 이야기이다. 만약 이 곡들을 앨범으로 묶지 않고 하나씩 디지털 싱글로 내는 것으로 끝냈다면 결코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온전하게 전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앨범'은 곧 한 아티스트의 '작품'이다.

내가 21세기에도 '앨범' 만드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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