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난로에 불을 지피며

by 세실

오늘도 거실의 화목난로에 불을 지핀다.

화목난로라 하면 빼치카? 하며 꽤나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빼치카는 맞지만 낭만적인 것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것이 우리 집 화목난의 불 피우기다. 오히려 '체험 삶의 현장'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화목난로를 때는 건 대체로 연료비 때문이다.

시골이라 도시가스는 안 들어오고 기름으로 난방을 해야 하는데 기름값은 시골로 갈수록 비싸진다.

젊은이들은 떠나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네들만 옹기종기 모여사는 산골이 가장 난방비가 비싼 동네가 돼버린 것이다.

그래서 방은 보일러를 돌리더라도 뜬금없이 휑하니 넓은 거실과 주방, 작업실은 화목난로로 버티기로 했다.

그렇다고 나무값이 만만하냐 하면 결코 그렇지가 않다. 만약 나무를 산다면 몇 년 전에 한 차에 백만 원이라 했으니 지금은 한참 더 올랐겠지.

난로가 2개니 못해도 세 차는 있어야 한 겨울을 날 수 있고 나무 자르는 인부를 부른다면 일당 30만 원에 3일은 일해야 한다.

한 겨울을 나는데 연료비가 400이 훌쩍 넘는다는 얘기다. 그럴 바엔 기름을 쓰고 말지.


다행히 우리 집 주변엔 산을 개간하느라 쓰러져 있는 나무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그게 화목난로를 때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고.

공짜로 나무를 얻는 대신 당연히 그만한 대가는 치러야만 한다. 시간과 노동이라는 대가를.

우선 포클레인으로 산 곳곳에 흩어져 있는 나무를 끌고 내려와야 한다. 나무가 모이면 굵기에 따라 두 종류의 전기톱으로 나무를 토막 낸다. 굵은 나무통은 다시 도끼로 쪼개야만 한다. 도끼질이 힘들어 결국 전기도끼까지 마련했다. 산속 살림살이는 각종 농기구들로 차곡차곡 채워져 간다.


내가 하는 일은 쪼개진 장작을 처마밑으로 나르고 켜켜이 쌓는 일이다. 쌓는데도 요령과 기술이 필요하다. 되는대로 막 쌓으면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지고 마니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지만 나는 아직 그런 기술이 없어 그냥 대충 쌓아 놓는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불을 붙이려면 굵은 장작만 있어서는 절대 불이 붙질 않는다. 가느다란 불쏘시개 나무가 있어야 하고 그 불쏘시개에 불을 붙일 뽀시래기 나무조각들도 있어야 한다. 뽀시래기가 부족해 참깨를 털고 난 줄기나 옥수숫대를 얻어오기도 하고 톱으로 자를 때 나오는 톱밥을 모아 사용하기도 한다.


불을 지필 때마다 느끼고 깨닫는 게 있다. 제 아무라 굵고 튼실해 맹렬한 화력을 뽐내는 장작이라도 불쏘시개의 도움 없이는 불탈 수 없고 불쏘시개 역시도 뽀시래기의 도움을 받아야만 타오를 수 있으니 그중 한 가지라도 빠지면 결코 활활 타올라 주변을 덥힐 수 없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무리 잘나고 똑똑한 사람도 결코 독불장군은 있을 수 없지 않을까.

보잘 것 없고 능력이 모자라도 다 필요한 데가 있고 쓰임 받을 데가 있다는 것. 모두가 각자의 능력대로 얽히고 설켜야만 온전하게 세상이 굴러가는 게 진리고 섭리라는 사실. 이게 내가 화목난로를 때면서 새삼스레 깨달은 것들이다.


나는 불쏘시개와 뽀시래기 중 어디쯤에 머물고 있을까. 어쩜 톱밥 수준일지도...


나는 오늘도 마당에 떨어진 작은 나무조각들을 주우며 혼자 중얼거린다.

너희가 젤 소중해. 너네가 없으면 절대절대 불을 지필 수가 없단다.

쪼맨한 뽀시래기들아. 너희를 싸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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