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크리스마스 선물은 국민학교 저학년 때 받은 실로폰이다.
그 당시 나는 남동생이랑 둘이 한 방을 쓰고 있었다. 막내가 3학년 때 태어났는데 그때 막내가 없었던 걸 보면 1, 2학년 정도 되었었나 보다.
새벽에 쉬가 마려워 깼던 모양이다. 발에 뭐가 걸려 넘어질 뻔 해 불을 켜 보니 무슨 상자가 내 발 밑에 있었고 동생의 머리맡에도 상자가 놓인 게 눈에 들어왔다.
순간 나는 그게 산타할아버지가 주고 가신 선물이란 걸 단박에 알아차렸다.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신다는 산타할아버지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니까.
자는 동생을 흔들어 깨웠다. 네 살 아래였던 동생은 누나의 성화에 겨우 잠이 깼으리라. 둘은 기대에 차서 상자를 뜯었겠지.
나는 실로폰. 동생은 장난감 자동차였던 걸로 기억한다. 방바닥에 대고 몇 번 문지른 다음 손을 놓으면 쌩하니 앞으로 달려 나가는 자동차.
아직 캄캄한 밤중에 느닷없는 소음이 온 집안에 울려 퍼졌을 것이다. 나는 실로폰을 두드리고 동생은 자동차를 굴리고...
대청마루 건너편 방에 주무시던 엄마가 큰소리로 말씀하셨다. 시끄럽다고. 아침에 일어나서 치라고.
아마 내가 더 크게 소리쳤던 것 같다.
엄마 엄마,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주고 가셨어요. 선물!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일까. 그 후에도 해마다 산타할아버지가 오셨을 텐데 어떤 선물을 받았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때 엄마아빠는 흐뭇하셨을까 후회하셨을까. 으이그, 괜히 실로폰을 사줘서 시끄러워 잠도 못 자겠네. 조용한 걸로 사 줄걸.
이맘때가 되면, 평생 잊지 않고 새벽에 눈을 비비며 실로폰을 치던 그 소녀를 만난다.
그런 기억들이 고달픈 인생살이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 나를 받쳐주었던 건 아니었을까.
지금은 등대 같았던 아버지도 엄마도 그 동생도 내 곁에 없다.
올해는 산타할아버지가 내게 어떤 선물을 주실까.
한 해 동안 잘 살았다고, 잘 버텨냈다고 선물을 주지 않으실까. 그 할아버지의 눈엔 지금의 나라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
조용한 선물이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