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큐! 당근마켓

by 세실

누구나 알고 있는 중고 장터인 '당근'이 - 당신 근처에 -라는 말을 줄인 것인 란 건 최근에야 알았다. 왜 하필 당근일까. 스치듯 생각은 해 봤지만 이런 신박한 의미인 줄은 짐작하지 못했다.

쓸 만은 하지만 나에게는 더 이상 필요 없는, 누군가에겐 요긴할 수도 있는 물건들을 적정 가격선에서 사고파는 참으로 바람직한 장터인 것 같다. 당근은.


나는 오늘 그 당근에 나와있는 물품 하나를 구입했다. 싱크대 상판이다. 정확하게는 개수대다. 다리는 없고 윗 상판만 덜렁 있는 개수대라 쉬 팔리지 않았는지 다행히 내 차지가 되었다.

마당에서도 간단하게 씻을 수 있는 개수대가 필요하긴 했지만 당근을 뒤져 볼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우연히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 같다.


어제저녁 무렵 티브이를 보며 간단한 바느질을 하던 중 핸드폰에서 당근! 하는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가끔 그런 소리가 들려도 열어보는 일이 없었는데 어제는 어쩐지 열어보고 싶었다.

나랑은 하등 상관없는 물품들이라 무심히 쭉쭉 올리다 문득 개수대 사진에 눈길이 멈췄다. 꽤 큼직한 사이즈에 상태도 괜찮아 보였고 지역도 여기서 그다지 멀지가 않았다.

곧바로 채팅에 들어갔고 오늘 찾아가기로 시간 약속을 잡았다.


개수대를 보러 찾아 간 집은 우리처럼 귀촌한 집으로 강변 외곽에 오두커니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랑 다른 점은 집 안팎을 엄청 아기자기하게 가꿔 놓았다는 것이었다. 잘 다듬어진 잔디밭, 즐비한 예쁜 새집들, 수많은 바람개비, 강변에서 주어 온 돌을 깐 오솔길 등등...

비교적 작은 면적이니 그렇게 꾸밀 수 있었을까. 휑당그레한 우리 집과는 퍽 대조적이었다.

어쨌든 개수대는 사진과 별반 다르지 않았고 가격도 적당한 것 같아 서로 만족하게 거래가 성사되었다.


중국에서도 한인사회에서 이런 중고 물품 사고파는 사이트가 아주 활성화되어 있었다. 잠시 살다 떠날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새 물건을 사기보다 헐값에 중고를 구입해 쓰는 게 보편화되어 있었다.

나도 예외 없이 많은 물건을 중고로 구입해 쓰다가 돌아올 때 다시 몽땅 다 팔고 돌아왔었다.

그때 터득한 중고 물품 잘 파는 요령은 사진은 잘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품 설명을 잘해야 한다는 거었다. 몇 줄 안 되는 짧은 멘트에서 그 물건의 특징과 장점을 확실하게 부각해야만 한다.


오늘 산 개수대의 설명은 단지, 필요 없어져서 판다.라고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라면 어떻게 적었을까.

우선, 필요 없어져서... 따위의 말은 그야말로 필요가 없겠지. 정작 해야 할 말은, 다리가 없다. 상판뿐이다. 란 말을 꼭 것이다. 당연히 다리가 있다고 여기고 갔다면 헛걸음하기 십상이니까.

그리고 가로 세로 크기를 정확하게 명시하고 물건에 파손이 없다는 점과 튼튼하다는 것. 부품이 빠짐없이 다 있다는 걸 강조할 것 같다.

그런 어설픈 설명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는 그걸 사기는 샀네. 하하...


비록 사용감은 많지만 멀쩡하고 하자 없는, 내 필요에 알맞은 물품을 구입할 수 있어서 꽤나 기분 좋은 날이었다. 오늘은.


언제나 당신 근처에 있는, 땡큐~ 당근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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