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가 됐나 보다. 덜거덕거리며 난로에 불을 지피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남편이 집안일에 손을 내밀어 주는 유일한 일이 화목난로에 불을 지펴주는 일이라 덜거덕 거라는 소리가 제법 정겹게 전해졌다.
그 소릴 들으며 다시 잠 속에 빠졌다가 일어나니 벌써 10시에 가까웠다. 웬 늦잠이람.
거실로 나오자 난로의 불이 시들시들 꺼져간다. 아침에 남편이 한 차례 불을 활활 피워놓으면 그 뒤에 계속 나무를 집어넣으며 불을 이끌어가는 건 내 몫인데 난데없이 늦잠을 자버려 불이 사그라져 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다시 살려내는 건 누워서 떡 먹기지. 아직 완전히 꺼져버린 것이 아니니.
잔나뭇가지들을 집어넣으려 난로의 문을 열자 검은 연기가 왈칵 쏟아져 나온다. 연기를 빨아들이는 후왕을 켰건만 이렇게 연기가 제대로 빠지지 못하는 걸 보니 필시 굴뚝이 막힌 모양이다. 며칠 전부터 그런 조짐이 있었지만 짐짓 무시해 왔더니...
작년에 사용하던 그대로 올핸 아직 연통을 교체하거나 청소한 일이 없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싶었다.
연기를 불사하고 나무조각들을 던져 넣었지만 불길은 힘없이 비실대다 꺼져버리고 말았다.
점심 먹으러 온 남편에게, 굴뚝이 막힌 것 같은데... 하며 기색을 살폈다
하루 종일 자기 일에 골몰해 있는 요즘이라 왠지 그런 일을 시키기가 좀 껄끄럽긴 했다. 그러니 어쩌랴. 내가 하랴?
식사를 마친 후 곧바로 사다리를 갖고 와 올라가서 연통의 상태를 살핀다. 그리고 이음새를 풀고 연통 하나를 빼내자 시커먼 검정이 와르르 쏟아졌다. 하필이면 바람이 있는 날이다. 검정찌꺼기들이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갔다.
얼른 집에 들어 가 마스크를 꺼내왔다.
이거 쓰고 하소
괜찮아
아, 쓰고 하라니깐!
마지못해 마스트를 쓴다.
이제 연통 안에 남아있는 그을음을 긁어낼 차례다. 이때는 장비가 필요하다. 긴 각목 끝부분에 도구를 연결해서 깊은 곳에 있는 찌꺼기까지 긁어낸다.
또다시 시커먼 그을음들이 마구 쏟아지며 바람에 실려 흩어지고 누런 잔디 위에도 내려앉았다.
에고, 왜 하필 바람이 불어 가지고. 이 산중턱에서 자랑할 거라곤 맑은 공기 밖에 없는데 그을음이 다 오염을 시키네.
바람과 싸우며 원래대로 연통을 연결하고 작업은 끝이 났다.
고생했소. 굴뚝 청소부님!
격렬한 치하의 말에 아무 대꾸는 없었지만 뿌듯해하는 게 느껴졌다. 그까잇 돈도 안 드는 칭찬쯤이야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지.
이제 한동안 불이 훨훨 잘 타겠지. 연기가 밀려 나오는 일도 없이.
유럽 등 옛 건물이 많이 남아있는 곳에서는 여전히 벽난로를 때는 곳이 많아 아직도 굴뚝 청소부란 직업이 존재한다고 한다. 특히 오스트리아에선 굴뚝 청소부가 복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사람이자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하니 재미있는 일이다. 아마도 그을음이 덕지덕지 생겨 곤란한 상황을 굴뚝 청소부가 한 방에 해결해 주니 구세주를 만난 듯 반가워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 거기에다 더해서 굴뚝 청소부가 위험 질병, 악귀로부터 집과 사람을 보호해 준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래서 굴뚝 청소부를 형상화한 마스코트를 주고받으며 행운을 빌어주는 문화도 있다고 한다.
그런 반면 좁은 굴뚝 안으로 들어가려면 몸집이 작아야 하기에 아주 어린아이, 겨우 4~5세 된 아이들을 훈련시켜 일을 시켰고 수많은 희생자가 생기기도 했던 참으로 잔인하고 혹독한 직업이 또한 굴뚝 청소부라는 작업이었다고 한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따뜻한 난롯가에 앉아 고구마도 굽고 책도 읽을 수 있겠지.
잠깐의 수고로 불편에서 벗어나게 돼서 홀가분하고 다행스럽다.
우리 집 굴뚝청소부. 아직 쓸만하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