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인구유입 골든타임
전통적으로 지방은 낮은 인구밀도와 수도권 대비 인프라 열세라는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었다. 2024년 기준 전라남도의 인구밀도는 약 150명/㎢로, 수도권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무력화하며, 지방이 기술 기반의 분산형 경제 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은 지역 간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지방의 경제적·사회적 활력 회복을 위한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은 지방의 고유한 자원을 디지털 경쟁력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한다. 전라남도와 같은 지역에서는 농식품 가공, 생태관광, 전통문화 산업 등 지역 고유의 산업군을 디지털화함으로써 지역 주민 중심의 창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창업 생태계의 활성화는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인구 유입을 유도하며,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전라남도를 포함한 대다수 지방자치단체는 디지털 전환의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 운영과 구조적 관성에 묶여 있으며, 이는 행정의 기술 수용성 부족과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주도적 역할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와 클라우드 기반 SaaS 도구의 대중화는 AI 및 ICT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이는 지방 창업가와 중소기업이 글로벌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를 저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전라남도의 낮은 인구밀도와 저렴한 임대비용은 창업가와 프리랜서에게 비용 효율성과 업무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수도권보다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지방 소도시의 지역사회 기반 신뢰 네트워크와 상호부조적 사회 자본은 혁신 창업의 촉진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지방이 가진 &사회적 인프라&의 강점이며, 디지털 기술과 결합할 경우 지역 고유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한다.
창업 생태계의 조성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의 핵심 동력이다. 예를 들어, 전라남도의 농식품 가공 산업은 AI 기반 데이터 분석과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으며, 생태관광과 전통문화 산업은 디지털 마케팅과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산업적 전환은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청년층과 전문 인력의 유입을 촉진한다. 인구 유입은 지역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사회의 문화적·사회적 활력을 높이며,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한다. 따라서 창업 생태계의 활성화는 단순한 경제 활동의 증대를 넘어, 인구 유출이라는 지방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필수적 전략이다.
그러나 창업 생태계 조성의 성공은 행정의 주도적 역할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방자치단체는 창업 지원 정책, 디지털 인프라 구축, 지역 산업과 기술의 융합을 촉진하는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 기반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시장 조사 지원, 창업가를 위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 제공,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된 기술 개발 지원 등은 행정이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전라남도를 포함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체계적 전략과 행정 혁신이 부재한 실정이다. 이는 창업 생태계의 잠재력을 제약하며, 인구 유입과 지역 경쟁력 강화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2024년 기준, 전라남도 내 AI 기반 행정 서비스 도입은 제한적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강진군은 GPT-4o를 활용한 실시간 통역 서비스를 통해 외국인 민원 대응의 효율성을 개선하였다. 해당 시스템 도입 이후 응답 시간은 평균 4시간에서 실시간으로 단축되었으며, 정보 검색 시간은 평균 15분에서 30초로 줄어들어 월 40시간의 업무 여유 시간을 확보하였다. 또한, 공무원 간 규정 해석의 일관성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이는 AI가 정량적 성과를 창출하는 행정 혁신의 실증 사례로, 창업 지원 정책의 효율적 운영과 같은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 사례는 예외적이며, 전남 내 22개 기초지자체 중 AI 활용 교육이 이뤄진 곳은 순천시, 광양시, 목포시 등 3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자체 주도가 아닌 출연기관이나 대학의 산학협력 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 정책 주도성 부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AI 기술 도입은 개인 공무원의 자율성과 역량에 의존하고 있으며, 성공 시 성과로 인정되지만 실패 시 개인 책임으로 귀속되는 구조적 책임 회피 문화가 고착화되어 있다. 이는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행정의 주도적 역할을 저해하며, 기술 기반 행정 운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또한, AI 도입 지연의 주요 사유로 보안성 우려가 제기되나, 이는 행정안전부가 2023년 5월 &공무원을 위한 챗GPT 활용 및 유의사항 안내서&를 배포하며 제도적 활용을 허용한 시점에서 정책적 회피로 간주된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는 AI 전담 조직이나 기술 전문 인력을 확보하지 않은 채, 기존 행정 프로세스에 기술을 부가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어, 효과적 운영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의 AI 도입 지연은 예산 편성 주기와 정책 기획 일정의 경직성, 그리고 행정 리스크 회피 문화에서 비롯된다. 특히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소극적 행정 문화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기술 도입과 조직 혁신이 지연되고 있다. 이는 AI 기술의 급속한 진화 속도와 괴리되어, 선도 지자체와의 역량 격차를 1~2년 이상 벌어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격차는 지방 간 경쟁력 불균형을 심화시키며, 창업 생태계 조성과 인구 유입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를 극복하고 창업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기 위해 전략적 방안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AI 도입을 전담하는 민간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야 한다. TP팀은 기술 기획, 도입, 평가, 교육을 총괄하며, 창업 지원 정책과 연계된 AI 활용 전략을 수립한다. 이를 통해 행정의 기술 수용성을 높이고,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체계적 지원이 가능해진다.
실무 공무원을 대상으로 AI 활용 기초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교육은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기본 활용법, 데이터 분석 기법, 보안 관리 방안, 창업 지원을 위한 AI 응용 사례 등을 포함하며, 지역 산업과 연계된 실무 중심으로 구성한다. 이러한 교육은 공무원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창업가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행정 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새로운 기술 도입에 따른 실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AI 프로젝트의 성과 평가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실패를 학습 기회로 전환하는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는 행정 조직의 학습 역량을 강화하고, 행정 조직 문화의 신기술 도입의 심리적 장벽을 낮출 것이다.
추가로 AI 기술의 빠른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예산 편성 주기를 연 단위에서 유연한 형태의 분기 단위로 조정하고, 정책 기획 과정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창업 생태계 지원과 같은 기술 기반 정책을 신속하게 실행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은 지방이 고유 자원을 디지털 경쟁력으로 전환하고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현재 행정 체계는 기술 수용성과 정책 주도성이 부족하여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전라남도가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TP팀 구성, 공무원 교육 강화, 혁신 행정문화 확립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창업 생태계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